계단 오르내리고 다양한 생활 자세 도와주는 '로봇 휠체어'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생활 속의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 휠체어' 기술을 선보였다.

5일 기계연 AI로봇연구본부 박찬훈 본부장 연구팀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계단 등반 모듈'과 일어서서 이동하고, 눕고 기울이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스탠딩 모듈'을 구현하고, 두 모듈을 통합한 로봇 휠체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계연은 "기존에도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와 일어서서 이동할 수 있는 휠체어가 각각 있었으나 두 모듈을 통합해 한 대의 휠체어로 개발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계단을 오르고, 서서 이동하고, 다양한 자세로 변환하는 기능을 한 대의 로봇 휠체어로 모두 구현할 수 있어 하지 장애인이 공간적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누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ㄹ’자 형상의 크롤러(무한궤도)를 특수 설계하고 휠체어 하부에 장착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치인 '계단 등반 모듈'을 개발했다. 이 크롤러는 평상시에는 휠체어 내부에 감춰져 있다가 필요할 때 내려온다

'스탠딩 모듈'은 휠체어에 탑승한 상태에서 일어서고, 눕고, 앉은 채로 앞뒤로 기울이고, 좌석 높이 조절까지 5가지 자세 변환이 가능하다. 자중보상기술(로봇 자체 무게에 의해 발생할 필요 토크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통해 필요 토크를 최대 80%까지 저감해 작고 가벼운 스탠딩 모듈을 구현했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 휠체어는 계단 오르기와 일어서서 이동하기의 두 가지 기능이 하나의 휠체어에 통합됐을 뿐 아니라 계단 등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ㄹ’자 형상 크롤러가 계단 모서리와 디딤판을 동시에 지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한 형상 덕분에 복잡한 메커니즘 없이 크롤러의 하강과 상승 구동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탑승한 상태에서 다양한 자세로 변환할 수 있어 압력 집중을 해소하고 욕창 방지와 혈액순환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세를 변환하는 스탠딩 모듈이 휠체어와 일체형이 아닌, 독립 모듈 구조로 되어 있어 다양한 휠체어에 큰 설계변경 없이 쉽게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은 크롤러를 이용한 계단 등반 기술을 넘어, 원형의 휠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특수 설계 '변형 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평지에서는 일반 휠처럼 원형을 유지하며 이동하지만 장애물을 만나면 휠의 강성이 낮아지면서 장애물의 형상과 일치하도록 형상이 변형되어 장애물을 밟으면서 지나갈 수 있다.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모사해 변형 방향에 따라 블록의 거리가 달라지는 특수한 체인 블록을 휠 표면에 구성한 것으로, 연구진은 이 기술을 추후 진보된 로봇 휠체어 개발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찬훈 본부장은 “기존의 휠체어 기술은 단순한 이동 수단 제공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로봇 휠체어 기술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시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했다”며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만큼 기술을 신속히 확산해 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