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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대로 둬도 되나요?"…컨트롤타워 부재속 이재용 결단 내릴까 [유미의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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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전실 해체후 전략 보강 허점 곳곳서 드러나…미래 먹거리 발굴에 '제동'
'국정농단'후 통합 컨트롤타워 부재…정현호 중심 3개 TF 체제로 지속될 가능성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는 12월 초께 단행될 삼성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올해도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점차 쏠리고 있다.

그룹 운영을 위한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이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이 여전해 현재로선 부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에선 사업지원TF팀만으론 그룹 전반을 아우르고 미래 성장 전략을 짜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컨트롤타워 재건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곽영래 기자]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공식 해체됐다. 삼성그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계열사 자율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때부터 현재까진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의 테스크포스(TF)가 맞물려 돌아가며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현재 3개 TF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이승호 삼성생명 부사장, 강병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초일류기업' 삼성 성장 이끈 미전실…'국정농단'후 역사 속으로

재계에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전실'이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그간 명칭만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기획실 등으로 바뀌었을 뿐 삼성에선 항상 회사의 현 상황과 미래를 준비하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해왔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그룹 외형을 갖추기 시작한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이서구 초대 실장이 지휘하는 20명 안팎의 비서실 조직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조직관리에 강한 일본 미쓰비시와 미쓰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처음에는 회장 의전기구 역할에 중점을 뒀으나, 1970~1990년대에는 그룹 경영 전반을 다루는 조직으로 올라섰다. 당시 비서실은 삼성전관(현 삼성SDI), 삼성코닝,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취임한 후 비서실은 현명관 실장을 끝으로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변형됐다. 외환위기 직후 '재무통' 이학수 본부장이 지휘한 이 조직은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분사와 매각을 단행해 4만7000여 명의 인력을 3만8000여 명으로 줄였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2006년 들어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해체 위기를 맞았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1990년대 중후반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 오간 내용이 담긴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테이프가 2005년 폭로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 일로 삼성은 당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1997년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바 있다.

이후에도 삼성은 구조조정본부를 축소 개편해 전략기획실을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5개팀 147명이던 조직과 인원은 전략지원팀, 인력지원팀, 기획홍보팀 등 3개팀 100여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08년 삼성 특검 여파로 해체됐다가, 2010년에 미래전략실이란 이름으로 다시 복원됐다. 갖은 위기 속에서도 컨트롤타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주요 의사결정을 도맡던 미전실은 58년만인 2017년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간 김순택 실장, 최지성 실장을 거치면서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왔으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이 회장은 "국민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미전실 대신 생겨난 3개 TF…컨트롤타워 역할 '한계'

미전실 대신 생겨난 삼성 내 3개 TF는 현재까지도 간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3개 TF 체제후 삼성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선점을 위한 적기 투자 및 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기업 규모를 키워왔고 이같은 신사업 전략은 미전실에서 세워왔다"며 "현 3개 TF 체제에선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막히는 경우가 허다한 듯 하다"고 일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 미래전략실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서 자율경영체제의 한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각 계열사마다 돈 되는 사업에 뛰어들다보면 사업 및 투자 중복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탓에 최소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 모습.[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그룹 감시 기능을 맡은 독립 법률 감독·자문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찬희 위원장도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재계에선 내년 초 활동 종료를 앞둔 제2기 준감위가 실질적인 성과로 컨트롤타워 재건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 위원장은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삼성이 국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재계에선 지난해 10월 이 회장이 승진과 함께 삼성 미전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빠른 시일 내에 재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여전히 조심스런 행보다.

또 미전실 해체 후 자율경영체제가 자리 잡히면서 내부에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점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언젠가 오너 경영이 최선이 아닐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라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계열사별 자율경영에 나섰을 뿐 아니라 이사회를 강화시키고 준법감시위원회까지 설치한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다시 미전실 같은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는 불법 시비를 완전히 끊기 위한 '이재용식 해법'이었기 때문에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를 고려한다면 현 체제를 지속시킬 가능성은 더 커보인다"며 "다만 사업지원TF의 한계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명을 바꾸고 인력을 충원하는 개편안이 나올 수는 있을 듯 하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재건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지난해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 진행된 정기 인사 때도 컨트롤타워 복원에 대한 기대와 달리 이 회장의 '불가' 의사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대대적인 컨트롤타워 부활 대신 기존의 정현호 부회장 체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신사업, 투자 등 경영 측면 뿐 아니라 삼성 지배구조 개편, 미래 삼성전자의 경영을 책임질 이 회장 후임자 육성 등 여러 문제를 놓고 봤을 땐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새 조직이 필요해 보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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