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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곤의 재밌는 화약이야기]<2> 불로장생에서 비롯된 화약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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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강일 기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쳤다. 어쩌면 그는 인류에게 생존의 가능성이 아니라 문명을 준 거였다. 인류 문명은 불(火)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인류는 불보다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 타오르는 불, 강력한 불꽃을 내며 폭발하는 물질인 화약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인류 최초의 화약은 유황이나 석유, 목탄 등의 혼합물을 배합한 그저 ‘밝은 불꽃’에 불과했다. 이 강한 불이 오늘날의 화약으로 발전했다. 화약은 폭발성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비로소 전쟁용 무기로, 또 산업용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그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화약의 발명 과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고대의 연단술에서 파생됐다고 여긴다. 서양에 연금술과 연금술사가 존재했다면 동양에는 연단술(煉丹術)이 있었다. 서양의 연금술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을 변화시켜 금을 얻으려는 노력이라면, 동양의 연단술은 불로장생의 단약(丹藥)을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연금술의 기원은 약간의 이론이 있지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는 귀금속 제조에 주력했고, 동양에서는 단약의 제조에 역점을 두었다. 일반적으로 연금술은 두 가지 화학기술로 구분된다. 하나는 비금속을 금·은·동·납·주석 같은 귀금속으로 변화시키는 기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불로장생의 단약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그러다가 8세기 중세 이슬람 화학자들에 의해 두 가지가 비로소 결합해 의학과 화학 발전을 촉진했다.

(그림) 연단술사가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화약 [사진= 중국 인민망 한국어판, 2013.3.25.]

◇ 우연한 기회에 발명한 초기 화약

동방에서의 연단술은 도가(道家)의 불로장생 사상에 힘입어 발달했다. 주로 도사들이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황금이나 선약 등을 만들었기에 연단술이라고 일컬었다. 실제 도교의 원조로 일컫는 노자(BC 400년경)를 비롯한 당대의 지식인과 방술을 연마하는 방사(方士)를 중심으로 불로불사의 단약을 추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초기 화약의 발명에 이르기까지는 ‘우연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이 우연은 단약 연구에 몰두하던 방사들이 초석(염초; 질산칼륨)에 유황과 목탄(숯)이라는 세 가지 물질을 혼합하면서 일어났다. 방사들은 이 세 가지 물질이 한 데 모이면 연소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여겨 ‘불이 붙는 약’이라는 의미로 ‘화약(火藥)’이라 이름 붙였다. 고대 의서에는 화약이 상처치료, 살충작용, 전염병 퇴치에도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흑색화약/ 질산 칼륨 75%, 황 10%, 숯가루 15%를 섞어 만든 검은색 또는 갈색의 폭약. 화약 가운데 가장 일찍 발견된 것으로, 폭발력이 약하고 연기가 나므로, 주로 불꽃놀이의 화약이나 엽총의 탄약으로 쓰인다. [사진=유지곤]

◇ 주술적 행사에서 비롯된 불꽃놀이와 흑색화약의 등장

여러 학설을 종합해 보면, 화약은 2~7세기께 장기간의 실험 과정에서 무작위적으로 발명됐다. 초기 화약의 원형은 7세기께부터 서서히 화약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 화약은 단순한 연소 성능에 의존하는 수준이었다. 점차 폭발성에 주목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뒀다. 즉 초석의 배합 양을 조절함으로써 화약의 성능이 향상됐고, 용도에 따라 폭죽이나 군사적 목적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화약은 불꽃놀이(Fireworks)에 활용하면서 각광 받았다. 폭죽은 7세기 초 수나라 시절부터 유래했다. 대나무를 태울 때 마디마디가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을 보고 ‘폭죽(爆竹; Firecracker)’이라 하다가 불꽃놀이를 뜻하는 말이 됐다. 당나라 때 비로소 ‘화수은화(火樹銀花)’라고 하는 아름다운 모양의 불꽃놀이로 발전한다. 잡귀를 쫓으려는 주술적인 무속신앙에서 비롯된 불꽃놀이는 차츰 화약의 아름다운 불꽃과 소리에 매료되어 점차 기술이 발전했다.

13세기 무렵 이탈리아로 전해진 불꽃놀이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궁정의 축제와 승전 축하의 상징이 됐다.

서양에서 초석, 황, 목탄(숯)의 혼합물을 ‘흑색화약’이라고 이름 붙인 이는 로저 베이컨이다. ‘흑색화약’(Black Powder)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목탄 가루가 배합되어 혼합물의 색이 검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대 전설 속 ‘그리스의 불(Greek Fire)’을 재현하려는 연구 끝에 흑색화약을 만들어 냈다. 베이컨은 화약이 사악한 목적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연구 기록을 라틴어 철자를 바꿔 수수께끼처럼 제조법을 남겼다. 그러나 14세기 초 독일의 수도사 슈바르츠가 베이컨의 기록을 판독함으로써 유럽의 흑색화약 역사는 다시 시작됐다. 그 후 유럽에서는 각종 화약무기 개발이 성행했다. 새롭게 등장한 화약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켰으며, 기사 계급과 봉건 제도를 몰락시키고 근대화를 앞당기는 촉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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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곤 대표.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지곤폭죽연구소를 창업해 30대 시절 한국 대표 불꽃연출가로 활동했다. 독도 불꽃축제 추진 본부장을 맡아 활동 하면서 본인과 세 자녀의 본적을 독도로 옮긴 바 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 괌 불꽃축제, 하와이 불꽃축제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로봇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곤 대표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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