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미 보증금을 다 떼였는데 전세사기 특별법은 또 빚 내서 집을 마련하라는 것 아닙니까. 집값의 80%까지 받아도 나머지 20% 채워 넣기 힘듭니다. 이젠 전세가 무서워 매매하려 했는데 못할 것 같아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C씨(30)는 지난해 8월 다가구주택에 입주했다. 다가구주택 5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고 주택은 경매에 넘어갔다.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문을 넓혀줬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주고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특례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을 내놨다. 하지만 이용자는 사실상 전혀 없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LTV ·DTI 완화 적용 사례 없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도봉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한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은행에서 주택 구매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LTV 완화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
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특별법 시행일인 지난 6월1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줬다.
피해자들을 위한 주담대는 한도 4억원 이내에서 DSR·DTI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LTV는 일반 주담대의 경우 60~70%에서 80%(비규제 지역)로 완화했다. 거주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피해자가 낙찰받은 경우 실행하는 경락 대출은 전 지역에서 낙찰가 전체를 대출해 준다.
◇정책 모기지 대출 신청도 저조
지난 6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주택금융공사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원한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신청 취소 제외)은 총 10건에 불과하다.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은 같은 기간 단 한 건도 없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피해자들에게 대출 금리를 우대형(9월 기준, 연 4.25~4.55%)보다 0.6%포인트(p) 깎아줘 연 3.65~3.95%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이 없이 5억원 한도에서 거주 주택을 낙찰받으면 낙찰가액의 100%, 신규 주택 구매 시에는 집값의 80% 이내를 대출해 준다.
피해자 전용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소득 연 7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5억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에게 연 1.85~2.70% 금리로 최대 4억원(LTV 80%, DTI 60% 이내)까지 대출해 준다.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기존 디딤돌대출을 신혼부부와 같은 기준으로 완화해 줬다.
◇대출 조건 맞추기 쉽지 않다…은행도 무관심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낸 피해자들은 막상 선뜻 또다시 대출을 받아 내 집 장만에 나서기 어렵다. 부담을 무릅쓰고 내 집 장만에 나선다고 해도 대출 조건 맞추기도 쉽지 않다.
C씨의 경우만 봐도 주택도시기금의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9600만원과 신한은행 신용대출 2000만원 등 총 1억1600만원의 대출이 있다. 이 대출금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무이자라 하더라도 20년짜리 전세대출에 추가로 주담대를 받아 내 집 장만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막상 은행 창구에서 도움을 받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피해자 D씨(35)는 이달 3억3000만원짜리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11월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일찌감치 대출을 알아봤지만, 그가 만난 어떤 은행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지점 다 가봤는데, 대출 창구에서 전세대출 20년 장기 분할이나 피해자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전혀 몰랐다"며 "담당 직원들이 어느 정도 숙지를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열까지 피해자들이 다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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