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보안업계가 글로벌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정부 주도의 국내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사이버 보안이 취약한 중동이나 동남아시아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보보호산업 시장 매출은 총 16조1,804억원으로 전년(13조 8,611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관련 기업은 1,517개에서 1,594개로 늘었다.
매출이 확대된 것은 정부의 정보보호 정책과 민간기업의 투자 확대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정보보호 의무공시 제도와 지난해 정보보호제품 신속확인제 도입 등을 추진했다. 2년 연속 정보보호 공시대상 기업의 올해 관련 투자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부 주도의 국내 정보보호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정보보안 분야 수출은 총 2조2,06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전체 수출액의 93% 가량이 물리보안이다. 정보보안 수출액은 총 1,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에 그쳤다.
안랩의 지난해 해외수출 비중은 3.1% 수준이다. SK쉴더스와 지니언스도 각각 2.3%, 2.4%에 그쳤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 식의 수주 경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운 만큼 해외 진출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업계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시큐레터가 대표적이다. 시큐레터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을 핵심 기술로 자체 솔루션인 'MARS 플랫폼'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보안 방식과 달리 프로그래밍 언어 단에서 악성파일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다.
시큐레터는 상장 이후 미국 등 해외 매출처 확대에 나섰다. 이미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10개 이상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보안 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중동 및 아프리카로 시장을 확대 중이다.
안랩은 동남아 내 다양한 국가에 공공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주도 사업 참여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안랩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대만 글로벌 파운드리 회사에 안랩 EPS를 제공 중이다.
라온시큐어는 최근 해외사업부분을 해외사업본부로 격상하고 해외사업 전문가 이유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2023년 한-인도네시아 디지털정부 공동협력과제' 사업에 포함된 디지털 ID 도입 전략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 가운데 보안이 취약한 동남아 등의 국가에서 관련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정된 국내 보안시장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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