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개그맨 황기순이 과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필리핀에서 노숙하며 살았던 과거를 밝혔다.
지난 10일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1980~90년대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개그맨 황기순이 출연해 그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했다. 황기순은 '청춘만만세' '일요일 밤의 대행진'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척 보면 앱니다~'라는 유행어로 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뉴스를 통해 황기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알려졌다. 그는 "너무 바쁜 일정에 유일하게 챙겼던 것이 경조사"라며 "경조사를 가서 고스톱을 치는 게 재밌었다. 수입이 많으니, 돈을 잃어도 재밌게 놀다가 집에 갔다.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도 본전 생각이 났다"며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황기순은 "상황이 안 좋을 때마다 돌파구로 카지노를 택했다"며 "30분 만에 8000달러를 잃었다. 처음에 돈을 잃었을 때는 다음에 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5번 정도 가니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 재산을 탕진하고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했던 그는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무대에서 장막이 내려오듯 한 느낌이었다.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죽어야 하나, 어떻게 죽어야지. 현실은 배고프고 뭘 먹어야 하는데, 밥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배가 터질 때까지 쑤셔 넣었다. 버텨야 하니까"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김정렬 선배가 나를 만나러 필리핀에 왔다. 선배가 내게 돈 봉투를 건넸는데 봉투에 '기순아 죽지만 말고 살아서 돌아와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희망이었다. 포기하려는 의지를 세워줬다"고 말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황기순의 둘째 누나 황도순 씨는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보니 엄마가 사라졌다. 나중에 뭔가를 비닐봉지에 담아오셨다. 담배꽁초를 주워 오셨다. 왜냐하면 길을 청소하면서 담배꽁초를 하나 주울 때마다 우리 기순이 빚 100원씩이라도 감해달라고 그걸 주워서 안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엄마, 왜 담배꽁초를 안 버리냐'고 물었더니 내가 '우리 기순이 올 때까지 얼마나 모으나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며 살아있는 아들이 감사해 더 열심히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밝혔다. 황기순이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커다란 쌀자루 5개 분량의 담배꽁초를 모았다고 전했다.
황기순은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답은 없다"며 "엄마가 '제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머리 조아리고 죄인이 되셨다. 엄마가 대신 손가락질을 받아줄 테니까 죽지만 말고 살아야 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한편 황기순은 1997년 환치기 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해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2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1998년 스스로 귀국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난 황기 순은 이후 도박중독 극복 관련 강연, 휠체어 국토횡단, 위문 공연 등의 선행을 펼치며 재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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