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3일차'를 맞는 가운데 제1야당 대표를 둘러싼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방탄 행보·이슈 독점을 우려하는 비명(비이재명)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생버스' 등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가운데 여야 대치 격화로 9월 정기국회가 험로에 빠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직후부터 △정부 국정기조 전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개각 등을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에 요구한다. 대통령은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하여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라"며 "맨 앞에 서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단식의 진정성을 부각하기 위해 단식 중에도 당무일정·검찰조사 등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단식 2일차인 1일 △최고위원회의 △정기국회 개회식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 △윤석열 정권 규탄 촛불집회 등에 참석했다. 또한 오는 4일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검찰과 오전 조사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 이 대표는 1일 언론 인터뷰에서 "11일부터 시작하는 주에 검찰이 원하는 시간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겠다"며 "저는 검찰 수사나 사법 절차에는 언제든지 응할 것이다. 거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단식 결단에 친명계는 집중 옹호에 나섰다. 박성준 대변인은 1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담아서 단식에 돌입한 것"이라며 "엄중한 상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있기에 윤석열 정권의 현실 인식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날 "정부가 전혀 대화의 여지, 소통의 여지가 없어 최종적인 방법을 강구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이날 전화로 이 대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비명계를 비롯한 당내 일각은 이 대표의 단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많은 반응은 '단식을 해제할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제' 단식,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 단식과는 달리 이 대표의 단식은 뭘 요구하는 건지 모호하다"며 "단식의 효과 자체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중단하면 대표도 당도 모양만 빠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의 단식으로 정기국회·국정감사 등 모든 정치 이슈가 빨려들어 간다는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예산심사 등 하반기에 야당이 나설 일이 많고, 그만큼 주목받는 시기기도 하다"며 "가뜩이나 사법리스크 등으로 이 대표에게 주목이 집중되는 마당에 단식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더 관심도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문(친문재인계)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1일 라디오에서 "정기국회는 야당의 시간인데 제가 당 대표라면 이때 단식투쟁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방탄 단식'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당 회의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왜 뜬금없이 약자인 척하며 무기한 단식을 하는 것이냐"며 "결국 이 대표의 단식은 사법처리 회피용 단식이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내분 차단용 단식이다"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달 31일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이냐"며 "제1야당 당대표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 정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지도부는 내주부터 전국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민생버스' 투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우리가 맞불 집회나 정쟁에 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끌려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여당이 정기국회 기간 민생과 입법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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