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개시와 관련해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촛불집회·광화문 대규모 시위 등 장외투쟁과 함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구상권 청구 등 일본을 겨냥한 입법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날부터 시작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와 윤석열 정권의 안이한 대응을 규탄했다.
그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총과 칼로 태평양을 유린했다면 이제는 방사능으로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역사는 2023년 8월 24일 오늘을 일본이 인류에게 또다시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완전히 망각한 채 일본 심기만 살폈다. 이쯤되면 일본과 공범이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반드시 이것(해양투기)을 막아야 하는 게 이 시대를 사는 모두의 책무고 더구나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하기에 민주당이 일을 앞장서서 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며 "(해양투기 대응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신속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 '日 구상권 청구법' 등 추진…장외투쟁·여론전도 집중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내 수산물 방사능 피해를 '어업재해'로 포함하는 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농수산물 가공품의 '재료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개정안) ▲오염수 피해지원 기금을 설치하고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피해어업인 지원 특별법)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후쿠시마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금지·수산업 진흥 특별법) 등 4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 어업·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에 당연히 일본 정부가 보상할 의무가 있다 보고 우리 국민의 세금이 아닌 일본 정부의 보상으로 추진 돼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해 일본산 수산물 전체에 대한 수입금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23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철회를 위한 1차 100시간 비상행동에 들어갔다. 전날 저녁 국회에서 소속 의원, 당직자, 당원·지지자와 촛불집회를 진행한 민주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25일에는 지도부 주도로 광화문에서 용산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국민행진 등 장외투쟁·여론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전날 촛불집회에서 "해양 투기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의 폭주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정부 대변인을 자처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신성한 책무를 저버린 대통령을 국민과 역사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일부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당내 강경파 초선인 김용민 의원 역시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류 일정을 발표한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을 발의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내놨다.
◇ 김기현 "野 어민·민생 파탄"…민주 일각 "당력 소모 우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상행동을 '괴담정치', '묻지마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의의 전당을 괴담의 전당으로 만드는 민주당의 한심한 행태는 광우병 괴담의 데자뷔"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과 선거를 위한 가짜뉴스 선동으로 어민과 민생을 파탄 내는 반국가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국민의 먹거리와 수산업 요식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철저히 정략적 이익의 제물로 삼는 민주당의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상행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솔직히 일본이 해양방류를 시작한 상황에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요란히 떠들기만 하고 실익이 없는 비상행동에 당력을 지나치게 소모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을 앞둔 상황에서 후쿠시마 관련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본의 마음보다 윤석열 정부의 다른 실정(失政) 감시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 3분께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시작했다. 오염수는 길이 1㎞ 해저터널을 통과해 바다로 방출된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해 말까지 전체의 2.3%인 3만1200t을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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