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국민의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연구개발(R&D)카르텔'의 진원지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감염병(코로나19)·중소기업'을 지목했다.
지난 정부 시기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빚어진 '소부장' 사태와, 뒤이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을 수습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이들 분야의 R&D 예산을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사항으로 추진했던 '중소기업 R&D 예산 두 배 증액'도 '뿌려주기' 예산의 원흉으로 지목함으로써 '소부장·감염병·중소기업' 지원 R&D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R&D 카르텔'이라는 오명과 함께 큰 폭의 예산삭감을 마주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과방위 소속 의원들과 과기정통부가 함께 진화에 나선 모습으로도 보여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 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은 16일 오전 'R&D 비효율 혁파 방안' 논의를 위한 실무당정협의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R&D 카르텔'의 실체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당정은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10조원 이상 대폭 증가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했으며 특히, 단기 현안 대응 R&D 사업(소부장 2.7배, 감염병 3배)과 중소기업 등에 뿌려주는 R&D 사업(2배)이 폭증했다"면서 "한번 늘어난 예산이 기득권처럼 작용해 지속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예산 증가에 따라 2019년 700여개였던 정부 R&D 사업은 올해 1천200개까지 늘어나고, R&D 과제 수도 대폭 증가하면서 R&D 관리 과정의 허점과 사각지대가 발생해 ▲임자가 정해져 있는 R&D ▲기업 보조금 성격의 R&D ▲경쟁없이 가져가는 뿌려주기식 R&D 등 총체적인 비효율과 카르텔로 지목되는 그릇된 관행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박성중 의원은 대표적인 카르텔 유형으로 "특정 집단들이 R&D 기획을 하고 동일 또는 유관기관들이 과제를 받아가는 사례(나눠먹기), 기업의 생존 수단으로 변질된 보조금 R&D 사업(뿌려주기), 방만한 관리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 등을 지적했다. 기획과 연구 역량이 없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R&D 자금 조달을 미끼로 컨설팅과 서류작성을 대리해주는 브로커들이 성행한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사례들도 제시했다. 박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는 주관부처명이 표기되지 않았지만 산업부, 국토교통부, 과기정통부 등의 다양한 R&D 사업에서 과제기획자가 과제를 수주해 간 '나눠먹기' 사례들이 나열됐다.
'뿌려주기' 사업의 예시로는 중기부의 '공정·품질기술개발사업'을 대표적으로 제시했다. 183억원의 예산을 규모가 작은 기업 290개에 쪼개서 뿌려주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사회적경제혁신성장사업, 유망녹색기술개발연구사업도 뿌려주기 유형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특정 기업이 한 해 동안 유사한 내용으로 11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한 '눈먼 R&D'사례, 지역 정치인과 연구계의 카르텔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지역혁신과 거리가 먼 출장사무소로 전락한 '출연연 지역분원' 문제 등도 R&D 카르텔의 온상으로 지적됐다.
당정은 "이러한 폐해는 우리 과학기술 발전에 독소적 요소로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혁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R&D의 카르텔과 비효율을 혁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정집단의 기득권적인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앞으로도 카르텔적 사업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과기정통부는 '칸막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은 칸막이와 기득권에 안주하는 연구, 나홀로 연구가 아니라 R&D다운 R&D가 되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 칸막이를 벗어나 실력으로 경쟁하는 연구, 대한민국의 울타리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공동 연구"를 강조했다. 출연연에 대해서도 "기관 간 칸막이를 낮춰 공개적인 협력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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