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매번 반복되는 테마주의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는 항상 개미들의 몫이다. 기업의 펀더멘탈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닌 눈 앞의 이익만 쫓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런 급등세에 편승해 대주주만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최근 초전도체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수거래일 만에 주가가 200% 넘게 치솟았으며 검증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하루 중에도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갔다. 상온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밝힌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실체가 불투명해지자 장외거래에서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LK-99에 대해 "상온과 저온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자 초전도체 테마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주의 급락이 개인들의 '패닉셀'이 아닌 그동안 시세를 견인해온 매수자의 알고리즘 매매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연구원은 "특히 8일 오후 2시 12분경의 매도 주문이 주가하락에 결정적이었는데, LK-99 테마주가 지난 7거래일간 회자된 이슈인 데다 다수의 개인투자자 분포를 감안하면 8분의 조정시간은 극히 짧다"며 "패닉셀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테마로 시세를 견인한 기존 매수자의 매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종목들의 대부분은 펀드 기반의 기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는 작은 사이즈의 종목이고 공매도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 연구원은 "초전도체 관련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짧은 시간 내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알고리즘 매매, 이에 주로 사용되는 직접시장접근(DMA) 채널 거래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리소스 하에서 조종 행위는 고도화되고 있고 법리적 절차 진행까지 심의 절차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은 매 거래일마다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반짝'하고 끝난 초전도체 테마주, 임원만 이득
정확한 진위 여부를 떠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초전도체 관련주로 인해 개인 투자자는 울었고 임원을 비롯한 대주주는 광기 랠리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익피앤이는 최대주주 원익홀딩스의 특별관계자 2명이 3만3천718주(0.08%)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원익피앤이 주식을 각각 주당 1만2천320원, 1만3천원에 처분하며 4억1천650만원을 현금화했다.
지난 7일 이헌주 서남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4만주를 1만980원에 장내 매도했으며 이재훈 상무는 6만7천주를 1만980원에 장내에 팔아치웠다. 해당 매도로 이 부사장은 4억3천920만원, 이 상무는 13억2천716만원을 손에 쥐었다.
문제는 두 회사 최대주주의 매도 시점이다. 원익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원익피앤이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날, 고점에 가까운 주가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서남의 임원들은 자신들의 주식을 처분하고 장이 마감된 후 "서남은 현재 이슈되고 있는 상온초전도체와 관련이 없다"고 공지했다. 두 회사의 주가는 모두 고점에 못 미치는 금액대에서 하회하는 중이다.
◆ 과거 사례 보니…테마주 뒤엔 주가조작 세력
매번 주가가 뜨고 지는 테마주들 뒤엔 주가조작 세력이 존재했다. 이들은 테마주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고 수익을 편취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주가조작 세력의 작전이었던 테마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종목은 한국테크놀로지다. 이 종목은 '태양광 테마주', '윤석열 테마주', '리튬 테마주', '2차전지 테마주', '우크라이나재건 테마주', 무려 여섯 번 테마주로 묶였다. 김용빈 한국테크놀로지 회장은 정치와 특정 산업군의 테마주에 편승하며 주가를 띄운 뒤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기업을 인수했다.
'황우석 테마주'에도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다. 홈캐스트의 전 대표 신씨는 주가 조작꾼과 작당해 바이오 회사 비상장사 에이치바이온을 인수한 뒤 허위·부실 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으며 주가조작을 위한 유상증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슈퍼개미', '왕개미'로 불렸던 전업투자자 김씨는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10% 이상 사들인 뒤 '무상증자를 위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고 허위 공시했다. 무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급등하는 '무상증자 테마주'에 편승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3거래일 동안 시세 조종으로 46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 테마로 묶여 치솟던 주식들, 지금은 처참
기업의 펀더멘털 없이 테마로 묶였던 종목들은 회사의 공식 입장에도 상관 없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현재는 고점 대비 처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 서연탑메탈은 이후 '우크라이나재건 테마주', '한일정상회담 테마주' 등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크게 널뛰었다. 지주사인 사외이사 유재만 씨가 서울대 법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던 게 시초였다. 친분이 없다는 회사의 입장에도 주가는 널을 뛰었다. 1만4천700원까지 솟아올랐던 주가는 현재 4천원대다.
NE능률은 윤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서 윤석열 테마주에 묶였다. 선거철 다양한 이유로 테마주로 엮이는 일이 다반사지만, 본관과 성씨가 같아서 테마주로 묶인 일은 이례적이었다. 회사는 "과거와 현재 당사의 사업과 윤 전 총장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다. 2021년 당시 3만750원 대까지 올랐던 NE능률의 현재 주가 역시 4천원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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