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어학 시험 고득점을 노리는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시험 중 답안을 팔아 부정행위를 저지른 뒤 수백만 원을 받아낸 브로커와 의뢰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토익(TOEIC) 고사장에서 답안을 몰래 주고받은 혐의로 20대 브로커 A씨와 의뢰자 등 20명을 적발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익과 텝스(TEPS) 등 영어시험 고득점을 원하는 의뢰인 19명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의뢰자와 함께 시험에 응시하고 빠르게 문제를 푼 후, 화장실 이용 시간에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안을 전송하거나, 답을 적어둔 '컨닝페이퍼'를 화장실에 은닉해 건네는 방법으로 23회에 걸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은 듣기평가가 끝난 뒤 읽기 평가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고, 휴대전화는 화장실 변기나 라디에이터 각자 미리 숨겨뒀다.
A씨는 시험 전 의뢰인을 만나 전달 방법을 알려주고, 의뢰인이 원하는 점수(800~900점대)에 맞춰 답안을 작성했다. 의뢰자들은 대부분 20대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로, 취업 등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려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답안을 작성 해주는 대가로 한 차례 시험에 300만~500만원을 챙겼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국내 유명 어학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그는 도박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으며 본인이 등장하는 어학원 동영상과 강의자료 등을 내세워 의뢰인을 모집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한국토익위원회가 시험 과정에서 적발한 부정 시험 의심자 2명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으로 의뢰자 명단,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보해 의뢰자를 추가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어 등 외국어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각종 시험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경찰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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