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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금 그곳은] 갈매기는 없고 50층 마천루가…강남구 압구정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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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통합기획 이후, 의견충돌·이권 갈등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아

2019년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현대아파트는 우리나라 현대화의 상징 중 하나이다. [사진=강남구청]
2019년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현대아파트는 우리나라 현대화의 상징 중 하나이다. [사진=강남구청]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갈매기를 보며 한가로이 노니는 곳, 압구(狎鷗). 그곳에 정자를 지은 조선 세조 때의 권신 한명회는 호를 ‘압구정’이라고 했다. 단종을 폐위시킨 것은 물론 사약을 내리고 세조를 옹립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인물이 한명회였다.

압구정에서 ‘갈매기와 벗하며’ 살고자 했다는 그의 말은 초호화 별장을 짓는 등 행동과 거리가 먼 말로 후세대들에게는 인식되고 있다. 인생 후반기에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얼마나 회한에 젖었을 지는 한명회,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곳엔 옛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흐름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압구정역이 있고 동호대교와 성수대교가 강북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굴곡진 올림픽대로가 지나고 짙푸른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압구정에는 여러 아파트가 올림픽대로 길을 따라 곳곳에 터전을 잡고 있다. 그중 대표적 아파트인 현대아파트 1차는 1975년에 착공해 1976년에 완공됐다. 14차는 1987년에 입주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는 서울의 현대화를 상징하는 콘크리트 건물이자 상징물이었다. 강남 중에서도 '부촌'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곳이 압구정이다.

2023년 지금 한강에서 갈매기는 볼 수는 없는데 압구정, 이곳에 50층 높이의 마천루(摩天樓)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갈매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이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2~5구역 전체조감도안. 부채꼴의 한강변 특성을 반영한 수변특화공간을 조성한다. 50층 높이까지 올라간다.  [사진=서울시]
압구정 2~5구역 전체조감도안. 부채꼴의 한강변 특성을 반영한 수변특화공간을 조성한다. 50층 높이까지 올라간다. [사진=서울시]

◆40여년 지난 콘크리트 아파트 , 마천루로=압구정 아파트는 준공된 지 40여년이 지났다. 서울 한강 중심부에 있음에도 판상형 아파트로 획일적 경관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950년대까지도 한강은 배를 띄우거나 수영이 가능했던 곳이었다. 1960년대 중반 한강 개발이 시작된 이후 콘크리트로 덮이고 대형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경치는 삭막해졌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가 최근 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압구정 아파트가 ‘미래 한강의 매력적 수변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단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천명했다. 77만3천㎡의 크기에 높이는 50층 내외, 약 1만1천800세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압구정동에는 ▲현대 ▲미성 ▲한양 등의 아파트 1만여 가구가 6개 구역으로 나뉘어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이 중 2~5구역이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했다.

서울시는 부채꼴로 펼쳐진 압구정의 특징을 살려 한강변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창의·혁신 디자인 도입’과 함께 경직된 높이 규제를 없앤 것에 방점을 뒀다.

신속통합기획 시뮬레이션 결과 한강변 입지 특성과 경관을 고려해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 내외로 높였다. 50층 마천루에서 한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게 됐다.

주민들이 압구정 2~5구역 정비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울시]
주민들이 압구정 2~5구역 정비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울시]

◆왜곡된 설계·주민 현혹 등 잡음 끊이지 않아=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얼마 전 압구정3구역(강남구 압구정동 396-1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건축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한 건축사무소 두 곳을 ▲사기미수 ▲업무방해와 입찰방해 혐의로 관할 경찰서인 강동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두 건축사사무소는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안 수립을 위한 설계사 선정을 앞두고 서울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과 주민 등을 현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용적률을 제시한 것보다 더 높게 설정했다.

서울시는 이번 설계 공모과정에 감독 책임이 있는 자치구청에 해당 설계안 설계자를 행정조치 하도록 요구했다. 압구정 3구역의 신통기획안이 그대로 지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강남구청은 앞서 강남구 안에서 재건축 등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재건축드림지원TF’를 출범시킨 바 있다. ‘강남구 재건축드림지원TF’는 강남구청의 ▲재건축사업과 ▲도시계획과 ▲공원녹지과 ▲교통행정과 등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공무원과 재건축분야 전문가(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등) 20인으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자문위원단 20인을 ‘신속추진팀’과 ‘소통조점팀’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등의 과정에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잡음을 없애기 위한 자문단인 셈이다.

강남구는 현재 재건축 50곳, 리모델링 8곳, 소규모 정비사업 24곳, 전통시장 4곳을 포함해 총 86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부자 구청’인 만큼 여러 정비사업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재건축드림지원TF를 통해 구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더 살기 좋고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올바른 설계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왜곡된 설계로 주민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설계자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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