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조주완 사장이 이끄는 LG전자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가뿐히 넘어서며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질적 성장을 위한 조 사장의 노력이 성과로 가시화되며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 달성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액이 19조9천984억원, 영업이익은 7천419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7일 잠정실적 때 8천927억원이었지만, 연초 진행한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 선순환 관련 비경상 요인과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EV' 리콜 재료비 상승분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제 영업이익은 1천508억원이 감소한 7천억원대로 조정됐다.
이 탓에 전년 동기 대비로도 영업이익은 잠정 실적 때 12.7% 증가세를 기록했다가 이번에는 6.2% 감소로 돌아섰다. 다만 이러한 일회성 비용 영향에도 콘텐츠·서비스 등 플랫폼 기반 사업 성장과 전사 워룸(War Room) 태스크를 앞세운 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2021년, 2022년, 2018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결회사인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4%나 급감한 184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전자가 탄탄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2천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에 LG전자는 7천9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올해 2분기에는 연결회사인 LG이노텍의 실적이 고꾸라져 LG전자의 영업이익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영업익 끌어 내린 GM 사태 마무리 수순…LG이노텍 타격 속 '선방'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끌어내린 GM 사태도 이번에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앞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공급한 전기차 GM 볼트EV 모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2017~2022년식 모델 총 14만여 대에 대한 리콜을 GM이 결정하자, 리콜 비용을 일부 분담키로 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금은 1조4천억원으로 책정됐고, 양사는 이를 절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하고 지난해 각각 7천억원씩의 충당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바 있다. LG전자의 충당금은 2021년 2분기 2천346억원, 같은 해 3분기 4천800억원 등 총 7천146억원이다.
그러나 아직 리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근 배터리 핵심광물 원가를 비롯한 원재료비 상승이 발생하며 리콜 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회성 충당금이 이번 2분기 실적에 새롭게 반영되며 잠정 영업이익에서 이를 제외한 수치가 확정됐다.
다만 어떤 원재료가 원가 상승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리콜이 현재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리콜이 최종 완료될 때까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충당금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콜수량이나 범위의 변경은 없으며 현재 기준으로 추가적인 리콜 비용 발생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리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 2년 전 발생한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료비 인상분을 마지막으로 추가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LG전자의 2분기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영업이익은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매출액은 19조7천204억원, 영업이익은 9천779억원으로 관측됐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엔 보다 정교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조기에 포착하고 시장 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온라인브랜드샵을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전략을 강화하는 등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이어가며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영업익도 '역대급'…"생활가전이 효자"
1분기 실적을 합친 LG전자의 1분기 실적을 합친 상반기 기준 매출은 2년 연속 40조원을, 영업이익은 3년 연속 2조원을 웃돌았다. 역대 상반기 중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았다. LG전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40조4천143억원, 영업이익은 18.1% 줄어든 2조2천39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 덕분에 LG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앞서 이날 오전 확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2분기 영업이익이 6천685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1조3천870억원)은 LG전자보다 1조원가량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양사의 실적의 희비가 갈린 것은 LG전자의 가전, TV 등의 사업에서 선제적인 재고 조정,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 원가 개선 등의 체질 개선 전략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늘리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점도 주효했다.
특히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이 호실적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H&A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액은 7조9천855억원, 영업이익은 6천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은 1%가량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38.8%나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폭염과 장마 전망이 이어져 온 가운데 제습기, 에어컨 등 고효율 제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도움이 됐다. 올 상반기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가정용 에어컨은 스탠드·벽걸이 외에도 창호·이동형 등 다양한 형태의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고객 수요 다변화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창호형 에어컨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수요 둔화 및 업체간 경쟁 심화에도 사업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고효율·친환경을 앞세운 B2B 공조 사업의 성장이 이어진 덕분"이라며 "원자재비, 물류비 등 원가구조 안정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선제적 노력 덕분에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H&A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제품 확대, 볼륨존(대량 판매)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 기후 변화 및 에너지난 이후 히트펌프 중심의 시스템 에어컨 수요 확대로 이익 레벨이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프리미엄과 볼륨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LG전자는 가전 사업의 B2B 영역에 해당하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나타나는 전기화(Electrification) 트렌드를 미래 성장의 기회로 보고 이를 더욱 강화하려는 분위기다.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친환경 및 에너지 절감 요구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가운데 히트펌프, ESS 등 전기·전자 영역에서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고효율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3분기부터는 초(超)개인화와 구독을 접목한 업(UP)가전 2.0을 출시, 고객 관계 중심형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에 서비스 사업모델을 접목하는 시도로 가전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동시에 생산, 구매, 물류 등 오퍼레이션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시장 내 수요가 높은 볼륨존 라인업 또한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수요 부진이 심각해 가전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LG전자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듯 하다"며 "하반기에도 가전 시장 내 LG전자의 강세는 계속될 듯 하다"고 밝혔다.
◆흑자 전환 성공한 TV…플랫폼 중심 사업 전환 가속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 갔다. 글로벌 수요 침체 지속에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효율적인 비용 집행 등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HE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3조1천467억원, 영업이익은 1천23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3조원 중반대 매출, 1천억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에 어느 정도 부합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에는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적은 HE사업본부가 웹(web)OS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한 것이 주효했다. 또 'LG 스탠바이미 고' 등 고객의 시청경험을 혁신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신제품이 2분기에 새롭게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다만 LG전자의 TV 출하량은 중국 기업들에 밀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 전분기 대비 12.3% 감소한 499만 대를 기록하며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까지 2위 자리를 지켰던 LG전자는 올해 1분기 중국 하이센스에 3위를 내어준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TCL에게도 역전을 허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인한 주력 시장의 수요 둔화에 대응, 효율적 사업 운영 기조를 이어갔다"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줄었으나, 마케팅 비용 투입 효율화와 수익성이 높은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성장에 따른 수익구조 다변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TV 사업을 제품 중심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3분기에는 웹(web)OS TV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 사업 모수(母數)를 확보하고, 콘텐츠 경험 확장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최초 무선 올레드 TV인 9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본격 출시하는 등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 리더십 또한 공고히 할 것"이라며 "국내 출시 이후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고' 출시 국가는 3분기 중 해외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 수요 부진에 BS '울상'…잘 나가던 전장도 GM 사태에 '발목'
반면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IT 수요 부진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BS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1조3천327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81.8%나 줄어든 26억원에 그쳤다.
앞서 증권가에선 BS사업본부가 2분기에 호텔TV 등에 힘입어 100억~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지만 악화된 시장 상황을 뚫지 못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S 사업의 경우 유통 재고가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흑자 기조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지는 IT 제품 수요 감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3분기 들어서는 IT제품의 수요가 상반기 대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프리미엄 모니터와 노트북, 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이 실적 호조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게이밍 특화 기능,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한 프리미엄 모니터 및 노트북 제품의 판매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며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버티컬(Vertical, 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앞세워 추가 성장의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전장 사업도 5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GM 사태로 발목이 잡혔다.
실제로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액은 2조6천645억원, 영업이익은 898억원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가운데 최대치를 달성했다. 증권가에선 LG전자 전장(VS) 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와 비슷한 500억원대로 봤으나, 이를 훌쩍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 8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가 순차적으로 판매물량 확대로 이어진 결과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장 사업의 성장은 기대 이상으로 평가된다"며 "자동차의 전장화, 전기자동차 비중확대, 거래선 다변화로 수주 잔고가 증가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발생한 GM '쉐보레 볼트 EV'의 리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차량 부품 재료비 증가와 관련된 일회성 비용 1천510억원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게 돼 최종적으로는 영업손실 61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LG전자는 GM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만큼 앞으로 전장 사업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로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VS사업본부는 고부가 고성능 중심의 건전한 영업활동을 이어갈 예정으로, 올 연말 기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주잔고가 순차 매출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고속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 매출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VS사업본부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되는 전기차 전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한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e파워트레인, 램프 등 3대 축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절 가전 수요 폭증에 하반기도 '맑음'…전장 기대감도 ↑
LG전자의 하반기 실적 전망 역시 우호적이다. 엘니뇨 등 기후 요인에 따라 에어컨과 제습기 등 계절 가전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며 히트펌프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또 하반기에 멕시코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의 본격 가동이 예정돼 있어 LG전자의 전장사업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파워트레인은 올해 흑자 전환을 시도하고 당분간 연평균 50%의 매출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TV는 프리미엄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위 업체(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입 본격화, 중국 업체의 출하 확대로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웹OS 중심의 콘텐츠, 광고 등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체질 변화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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