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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구역 '용적률 전쟁'…"300%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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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60% 용적률 제시한 설계사 고발…조합원 일부 "무리한 개입" 지적
"잠실·여의도선 용적률 400% 확보…압구정 재건축에만 지나치게 옥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사기 미수로 설계업체를 고발했다는데, 아무래도 서울시가 무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잠실주공5단지 같은 경우에는 400%까지도 용적률을 적용받잖아요. 그런데 압구정 단지들에게만 인센티브 용적률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해서 300%까지만 가능하다고 선을 긋는 것 같습니다. 왜 압구정만 무조건 안 되게 옥죄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안 공모에 참여한 해안건축과 희림건축 간 경쟁이 과열되고 용적률이 그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후 서울시가 개입하자 조합원들 내부에서는 더욱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방식으로 결정된 재건축 사업장인만큼 직접 나서 논란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조합원들은 미래 자산가치가 걸린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서울시 관련부서가 편향된 시각으로 섣불리 결정하고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건축설계 공모 지침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했다며 이틀 전 경찰서에 희림건축과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를 고발했다.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96-1 일원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96-1 일원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시는 고발을 하게 된 사유로 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안함으로써 조합원과 주민 등을 현혹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설계 공모 과정에 감독 책임이 있는 자치 구청에 설계자를 행정 조치토록 요구, 신통기획이 그대로 반영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에서 설계 공모와 관련한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직접 형사 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랜 재개발·재건축 관련 자문 경력을 갖춘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시가 나서 설계회사를 고발한 것은 너무 생소하다"면서 "무리하게 나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일대 단지들도 400%까지 용적률을 받는 만큼, 관련 규제가 완화돼 적용될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터여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사업장 자체가 강남 압구정이라는 노른자위 입지여서 이슈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초고층 설계안이 등장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경고의 목적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입찰방해의 경우 조합이나 설계업체에서 공정한 입찰을 해한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별도의 증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두 혐의가 360% 용적률 설계안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규정에 맞춰 설계안이 제시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서울시가 나란히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예를 들어 20층까지만 가능한 단지에 100층으로 짓겠다는 식으로 터무니없는 설계안을 내놓아 조합원들이 해당 업체를 설계자로 선정했다면 이는 상당 범위를 벗어나 불법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고발에 희림은 지난 12일 "공모 지침과 관련 법령을 준수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 공모 지침에 따르면 '조합의 정비계획(안)을 참고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상업시설 개발 등)를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희림 측은 '당해 설계공모를 위해 제출한 공모작은 설계공모를 통해 조합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건축계획으로서 향후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결정 고시, 세부개발계획(신속통합기획), 서울시 2040플랜, 사업시행계획인가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용적률 360%를 제안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희림과 해안이 설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희림과 해안이 설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관련업계에서는 두 대형 설계업체 간 자존심을 건 경쟁이 벌어진 것은 관련 지침을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합의 설계 공모 운영 기준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3종 일반주거용지 용적률 300% 이내라고 규정돼 있다. 이에 해안건축은 300%를 적용한 설계안을 내놨고, 희림건축은 기준보다 높은 360%를 확보하겠다고 제시했다.

희림은 건축법과 주택법상 인센티브를 모두 적용하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조합원들의 미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의적 설계를 내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안은 지침 위반이라며 반발, 홍보관 운영을 한때 중단하기도 했다. 해안으로서는 360%를 제시한 상대방 설계안과 비교할 경우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예림 변호사는 "처음부터 신통기획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원칙으로, 서울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홍보해왔다"며 "그러나 서울시는 공공성을 들어 일일이 재건축 과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에 따라 민간의 자율성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신통기획 제도 자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300억원 규모의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은 오는 15일 오후 2시 조합 총회에서 있을 예정이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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