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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범죄 느는데…" '무량판 구조' 안심해도 될까요? [현장 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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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 증가"
지진 피해 심한 일본, 공동주택 건설 시 '무량판 구조' 배제…층간소음 방지 효과도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서 해안 "플랫슬래브+무량판", 희림 "보+라멘구조" 제안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개인적으로 빼놓지 않고 영상을 꼭 챙겨보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본인 부부가 일상생활을 담아낸 영상인데요, 부부의 4살, 7살 두 남자아이의 깜찍한 모습은 물론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에 감동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영상에는 건설부동산을 출입하는 제게 '헉' 소리가 나올 만큼 놀라움을 주는 장면이 매번 등장합니다. 아마 자녀들 둔 부모님들은 다들 이해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체력 좋은 4살, 7살 두 꼬마가 집 안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장면입니다. 빠르게 쿵쿵거리는 소리가 제 휴대전화 액정을 넘어 너무 선명하게 들리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 등 심각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최근엔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도 했죠. 아이들의 힘찬 발소리에 "저렇게 뛰면 우리나라에서는 난리가 날 텐데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지난달 29일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 ▲2017년 42건 ▲2018년 60건 ▲2019년 84건 ▲2020년 114건 ▲2021년 11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8천795건에 머물던 층간소음 관련 접수 건수는 지난 2021년 4만6천596건으로 크게 늘었네요. 이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저와 같은 시청자들의 우려를 인식한 듯 해당 장면마다 '일본은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는 설계를 도입해 이렇게 뛰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자막이 달렸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키우는 일본 거주 유튜버들의 영상을 여럿 뒤져보니 똑같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아파트는 도대체 어떤 설계를 도입하길래 내 자녀가 자유롭게 집 안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라멘구조(왼쪽)와 무량판구조 비교. [사진=LH]
라멘구조(왼쪽)와 무량판구조 비교. [사진=LH]

일본에서는 '무량판 구조'를 아파트(일본에서는 보통 맨션이라고 부릅니다)에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이에 대비해 '무량판 구조'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신 일본은 대부분 공동주택에 '라멘공법'을 적용해 짓습니다. 이 때문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서는 물론 층간소음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량판 구조와 라멘식 구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무량판 구조는 기둥만 있고 보(수직재 기둥에 연결돼 하중 지탱하는 수평 구조부재)가 없는 형태를 말합니다. 즉, 대들보 양(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둥과 바닥만 있는 것으로, 보가 없어 기둥이 천장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의 바닥 또는 천장 평판 구조물)를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라멘식 구조는 기둥과 보 모두 있는 구조로, 기둥 위에 보가 있어서 프레임과 같은 형상을 갖추게 됩니다.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진동이 기둥과 보에 흡수돼 층간소음 우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배관을 비롯해 각종 설비가 벽 속에 들어 있어 보수나 교체, 리모델링도 편리하다고 하네요.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에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구조(기둥, 들보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로 구성한 건물구조)라 층간소음에 매우 취약하다"며 "층간소음을 가장 잘 막을 수 있는 구조는 '라멘식구조→무량판구조→벽식구조' 순인데, 당연히 층간소음과 진동을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어 건축비용도 동일 순으로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목적에 따라 내부구조를 바꿔야 하는 오피스, 상가는 대부분 기둥식 라멘 구조를 채택한다"며 "최근 고급 주거 상품에서도 라멘식 구조 설계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공모에서 해안건축(왼쪽)과 희림건축이 제안한 구조방식. [사진=아이뉴스24DB]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공모에서 해안건축(왼쪽)과 희림건축이 제안한 구조방식. [사진=아이뉴스24DB]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층간소음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설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수십 개에 달하는 양사의 설계안 중 어떤 설계방식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 조합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해안은 전 세대 '플랫슬래브+기둥의 무량판구조' 방식을 들고 왔습니다. 한 방향은 테두리보, 한방향은 무량판으로 적용된 구조입니다. 또한, 슬래브의 기둥 간 거리가 길고, 내민(벽이나 기둥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공간) 길이(4.5~5.8m)가 허용 기준(2.5m~3m)보다 길어 생활시 층간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희림은 전체 전용면적에 '보+SCR기둥 라멘(프레임)구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 경우 무량판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층간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기에 용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라멘 구조의 경우 위에서도 서술했다시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리모델링이 쉽다는 장점도 있네요.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와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 제도 정비를 촉구한 경실련은 지난해에도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라멘(기둥식)구조' 건축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경실련은 "라멘 구조 아파트는 수명이 100년 단위인 장수명 주택이라 철거와 재건축 횟수를 줄여 환경에도 좋다"며 "다만, 토지주택연구원과 5대 민간 건설사 등 11곳에 라멘 구조로의 시공구조 변경에 관해 물었으나, 대부분 건설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네요.

희림건축 관계자는 "라멘 구조로 건물을 짓는다면 100년, 200년 사용 가능하고 향후 리모델링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희림은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 구조를 제시했는데, 무량판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과 붕괴로부터 벗어나 조용한 환경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300억원 규모의 설계용역비를 두고 희림과 해안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업체는 오는 15일 총회를 통해 선정될 예정입니다. 압구정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데다, 핵심 입지에 있어 상징성 큰 곳이라 조합원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향후 글로벌 수변도시 모델로 자리 잡게 될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청사진이 어떻게 결정될 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 무량판 구조란?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뭔말이지?]무량판 구조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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