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3대 그룹 총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폴란드로 향하는 경제사절단에 불참한다. 폴란드가 배터리(LG)와 방산(한화) 사업의 주요 거점인 만큼 이번엔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중심이 돼 폴란드와의 경제 협력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폴란드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참가기업은 89개 사로 집계됐다. 대기업 24개사를 포함해 중소·중견기업 41개사, 공기업·기관 17개, 경제단체 및 협·단체 7개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프랑스-베트남 경제사절단 대비 규모가 대폭 줄었다.
대기업에선 구 회장과 김 부회장을 비롯해 구자은 LS 회장 등이 포함됐지만, 이 회장과 최 회장, 정 회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이 회장과 최 회장, 정 회장, 구 회장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다보스를 시작으로 일본과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의 비즈니스 출장에 참석해왔지만, 이번엔 각각 다른 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의 경우 대한상의 연례 주요 행사인 '제주포럼'과 일정이 겹쳐 불참하게 됐다. SK그룹은 최 회장 대신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 회장도 이 기간 동안 다른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12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에선 이 회장 대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합류한다. 삼성전자는 폴란드에서 가전 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에 합류하게 됐다. LG가 배터리, 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 폴란드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어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LG전자 등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연 70GWh)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경제사절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구 회장은 이번 폴란드 방문 일정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이 폴란드에 가는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방문 당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한편, 현지 사업장을 둘러본 바 있다.
폴란드가 'K-방산'의 큰 손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김 부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에서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최대 20조원의 무기류를 구매한 바 있다. 올해 1~4월에도 한국은 방산 수출 영향으로 폴란드 무역에서 27억1천만 달러의 흑자를 내며 우리나라 5대 무역흑자국으로 올라섰다. 한화그룹은 방산뿐 아니라 최근 우주·항공 부문에서도 폴란드와의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다.
이에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함께 포함됐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 방산 기업 CEO도 대거 합류했다.
전경련은 "폴란드 경제사절단은 모집공고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주요 경제단체 대표, 관련 공공기관, 전문가 등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차례 심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대성과, 대 폴란드 교역 및 투자 실적, 주요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14년만이다. 이번 사절단은 첨단·에너지·인프라·방산 등 폴란드 맞춤형 양국 산업 협력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배터리·모빌리티·인프라 등 미래 유망 분야의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63%)을 차지한다.
경제사절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폴란드투자무역공사가 주관하는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 및 MOU 체결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무역상담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양국 경제 및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또 폴란드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비즈니스 확대의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다.
이번 경제사절단 역시 일부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동행하게 되면서 일각에선 대통령 해외 순방에 발맞춰 꾸려진 경제사절단에 재계 총수들이 과하게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만 UAE,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 국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동행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사절단을 대규모로 많이 꾸렸던 모습이 되풀이되는 듯하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로 주요 총수들의 그룹 내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대통령 일정에 과도하게 동원되는 탓에 정작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각 그룹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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