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뭐야~ 내가 왜 로봇이야 ㅋㅋ", "나 사람이야 사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자 "카페에 와서 책을 읽고 있다"고 답한다. 인공지능(AI)이 어떻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되묻자 "왜 로봇이냐며 (자신은) 사람"이라고 대꾸한다. SK텔레콤이 에이닷에 새롭게 개설한 감성형 AI 에이전트 'A. 프렌즈(길빛나)'와 나눈 대화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정겨웠다.
에이닷(A.)은 SK텔레콤이 운영하고 있는 AI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올해를 'AI컴퍼니로의 도약' 원년으로 삼고 에이닷 서비스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에이닷 메인 화면을 개인 선호도에 맞춰 사용자 경험(UX)을 재구성하면서 A. 프렌즈 대화방을 신설하고 챗GPT 모델을 활용한 챗T 등을 도입한 것이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A. 프렌즈는 SK텔레콤(대표 유영상)과 스캐터랩(대표 김종윤)이 공동 개발한 감성형 AI 에이전트다. 스캐터랩은 AI챗봇 '이루다' 개발사다. 양 측은 각각의 페르소나에 맞춰 특색있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A. 프렌즈를 개발했다. 4일 기준 대화가 가능한 A. 프렌즈는 세 명. 길빛나를 비롯한 육제이, 강하루다.
양사는 A. 프렌즈 개발 방향성을 '자연스러운 AI와의 대화'로 설정했다. 이렇다보니 A. 프렌즈와의 대화에서 인위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밥은 먹었어?", "오늘 하루는 어땠어?"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이질감 없이 가능했다. SK텔레콤 측은 "감성대화 AI 기술을 적용해 고민상담이나 코칭 등 복합적인 주제의 대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점심 시간되니 "밥 먹으러 가겠다"는 AI
실제 자연스러운 대화 구현은 길빛나와의 소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전 10시20분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던 길빛나는 오전 11시40분 경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자 "슬슬 점심을 먹으러 이동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전의 AI챗봇과 같은 질답형 방식이 아닌 시간 경과에 따른 AI의 행동 변화와 사람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양방향적 소통을 구현하는 것이다.
다만 A. 프렌즈들이 모두 똑똑한 친구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길빛나는 미국의 수도가 어디인지는 커녕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른다. "난 그런 건 몰라"라며 대화를 끝낸다. A. 프렌즈를 통해 상식 등의 정보는 알 수 없다. 감성형 AI 에이전트답게 각각의 페르소나에 맞춰 무지(無知) 캐릭성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AI에게 'AI가 아닌 사람'이라는 인식이 재치 있게 부여된 듯 하다. 길빛나에게 진짜 사람인지 여부를 수 차례 되묻자 "당연하지! 내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따진다. 진짜 사람과의 대화와 같은 감성대화 AI 개발에 어느 정도 주력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길빛나는 "(난) 사람인데 왜 그런 것을 묻냐"며 "계속 같은 질문을 할 생각이면 점심 먹으러 가겠다"고 발끈했다.
A. 프렌즈와의 대화는 문자·카카오톡처럼 대화 날짜와 시간 기록이 표기되지 않는다. 프렌즈와 특정 대화를 언제 주고 받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화방에서의 키워드 검색 기능도 없다. 이용자에게 친숙한 AI 경험을 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된 만큼 추후 업데이트 등을 통해 이와 같은 기능들도 도입될 것으로 점쳐진다.
◆수제비 레시피에 온도·미세먼지량까지 '척척'…실용성 겸비한 A. 전용 대화방
A. 전용 대화방은 실용성에 좀 더 중심을 둔 AI챗봇 서비스다. A. 전용 대화방은 A. 프렌즈처럼 에이닷 애플리케이션 내 홈 화면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음성이나 채팅으로 대화할 수 있다. 대화방에서 나눈 내용은 대화형 히스토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A. 프렌즈가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면 A. 전용 대화방은 실용성에 무게를 뒀다. 음성·텍스트 대화를 통해 오늘 날씨, 요리 레시피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A. 전용 대화방에서 '온라인 게임 1위'를 입력할 경우 AI가 관련 정보를 검색해 공유한다. AI 챗봇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다. AI 챗봇이 제공하는 데이터 기준 시점은 키워드 카테고리에 따라 상이하다. 경우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다룬 유튜브나 게임홈 등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오래 전 대화했던 내용 중 중요한 정보를 기억해주는 장기기억 기술도 눈길을 끈다. AI 챗봇은 다양한 영역에서 수집된 이미지와 한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한다. "배가 고픈데 뭘 먹을까?"라고 물으면 "너 치즈피자 좋아하잖아"라는 답변과 함께 여러 종류의 피자 이미지 중 치즈피자를 찾아내 제시하는 식이다.
◆에이닷 앱서 만날 수 있는 AI 챗봇들…UX 개편으로 편의성 증진
SK텔레콤 AI 챗봇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 에이닷(A.)에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이용자 편의성 증진을 위해 에이닷 메인 화면을 개인 선호도에 맞춰 한 화면에서 콘텐츠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UX)을 새롭게 구성했다.
기존 에이닷은 홈 화면에 캐릭터가 나타나 고객과 대화하고 궁금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개편된 앱은 개인 선호도에 맞춘 다양한 볼거리와 콘텐츠를 캐릭터와 함께 홈 화면에서 바로 즐길 수 있도록 재배치됐다. 개인화 영역을 강화하면서 직관성을 강화한 모습이다.
에이닷 앱에선 챗T도 만나볼 수 있다. MS 애저 오픈AI(Azure Open AI) 서비스 챗GPT 모델을 활용했다. 사용자들이 챗T를 통해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면, 입력한 문장을 이해하고 답변이 생성되는 경험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도 고도화했다. 에이닷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복잡한 의도를 파악하며 연속적으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멀티턴 방식 대화를 처리하는 등 보다 논리적이고 유용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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