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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조 시장 선점하자'…K-배터리, ESS 놓고 中업체들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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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 에너지저장장치 세계시장 78% 차지
K-배터리, 고성능 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로 차별화
'가격 경쟁력'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도입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2030년 340조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배터리 시장인 유럽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4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유럽 2023'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수준 용량의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SDI]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서 가정용 태양광·ESS가 각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난방·전력비 부담이 커지자 유럽 내 가정용 태양광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냉방 수요도 높아졌다.

솔라파워유럽(SolarPower Europe)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GWh(기가와트시)였던 유럽의 가정용 배터리 설치 용량은 지난해 9GWh를 기록했다. 아울러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ESS 산업 시장이 2021년 110억 달러(약 14조5천억원)에서 2030년 2천620억 달러(약 3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이 분야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ESS 화재 사고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재는 글로벌 점유율이 14%로 위축돼 있다. 국내 ESS 설치 규모도 2018년(3.8GWh) 대비 5%(0.2GWh)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틈을 중국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에 규제를 강화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 시행하자 유럽을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하며 세계시장 공략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전 세계 ESS 시장점유율은 무려 78%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유럽 2023'에 참여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전경 [사진=한국배터리산업협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과 차별화되는 고성능 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ESS 전시회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유럽 2023'에서 주택용 ESS 신규 브랜드인 '엔블럭(enblock)'을 공개했다. 엔블럭은 'Energy'와 'block'을 합친 단어로 '에너지가 담긴 공간'을 의미한다.

아울러 주택용 ESS 신제품 '엔블럭E'와 '엔블럭S'도 공개했다. 엔블럭E는 세로로 긴 캐비닛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컴퓨터에 CD를 넣는 것처럼 팩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최대 5개(15㎾h)까지 모듈 확장이 가능하다. LFP(리튬·인산·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왔지만, ESS에 LFP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엔블럭S는 NCM 기반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주택용 ESS로 서랍처럼 쌓는 모듈 구조로 이뤄져 있다. 최대 5개(17.7㎾h)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장승세 LG엔솔 ESS전지사업부장은 “설치 편의성과 간편한 용량 확장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7조2천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ESS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총 생산능력은 43GWh로 북미 내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이며, 이 중 16GWh가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다.

단순 ESS 생산에 그치지 않고, ESS를 활용한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의 ESS SI(System Integration) 전문 기업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해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ESS 운영, 모니터링 및 제어를 위한 포괄적 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유럽 2023'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수준 용량의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삼성배터리박스(SBB)'를 'EES 유럽 2023'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ESS에 들어가는 내부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박스 형태로 미리 담아둔 제품이다.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ESS를 쓸 수 있다. 사용자가 모듈을 직접 설치할 때 생길 수 있는 화재나 성능 저하 등의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비롯한 삼성SDI의 최신 소재 기술을 적용해 전체 배터리 용량(3.84㎿h)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독일 가구 하루 평균 전력 소비량(10㎾h)을 고려하면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SBB 하나로 충당할 수 있다.

삼성SDI는 이 자리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도 처음 선보였다. 기존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제외한 NMX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과 전력용 ESS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한편, 중국의 BYD는 'EES 유럽 2023'에서 블레이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 'HAN'을 전시했다. 또 LFP 배터리 기반 ESS 제품인 '배터리 박스'를 공개했다. 시장 1위 CATL은 LFP 각형 배터리와 수냉식 ESS 제품을 선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ES 유럽 2023'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명찰을 달지 않은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국내 기업의 부스를 방문하고, 중국 업체의 부스에서는 동양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K-배터리를 부쩍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이차전지를 떠올리면 전기차 배터리 등만 생각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를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한국은 재생에너지 분야가 위축돼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생산량이 불규칙한 태양광 등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정체됐던 국내 ESS 시장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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