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해진 한국 여자배구. 사령탑은 자신의 전술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고 오히려 선수들의 기량 문제를 꼬집었다.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 차 첫 경기에서 불가리아에 세트 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패했다.
1승 7패로 15위에 자리한 불가리아였기에 1승 기대감도 부풀었다. 하지만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떨궜다.
세사르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충분히 싸워줬다. 하지만 수비와 서브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라면서 "선수들이 비디오 미팅 때 약속했던 플레이를 보여줘서 기쁘다. 중요한 순간 1~2개를 놓치면서 따라가지 못하면서 패배했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써낸 이후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주축 선수들의 은퇴로 세대교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성장통은 상상 이상으로 심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 이어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세사르 감독은 부임 이후 VNL 21연패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2022 세계선수권대회(1승 4패)까지 포함해 치른 26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고 있다.
세사르 감독은 부진 이유에 대해 "전술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라면서 "(선수들의)국제 수준을 이해, 적응하는 게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 수준의 퍼포먼스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이 수준에 맞게 계속 연습해야 한다. VNL 초반에는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 훈련하다보면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사르 감독은 최근까지 튀르키예 바키프방크 코치 역할을 수행하다 프랑스 여자배구 넵튠스 드 낭트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VNL 출전 당시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대표팀과 짧은 시간만 훈련을 함께했다. 하지만 올해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을 지도하지 못하고 1주 차 경기가 열린 튀르키예에서 합류했다.
겸직으로 대표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따랐다. 세사르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국제 리그에서 뛰는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겨울 시즌에는 구단 소속으로 일하고 대표팀도 함께 지도하고 있다. 오히려 나에게 불만을 가져야하는 것은 구단이다"라고 답했다.
세사르 감독은 한국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두 가지의 큰 목표를 설정했다. 단기적으로는 FIVB의 달라진 랭킹포인트 시스템에서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얻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2024 파리올림픽 무대에 나서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세사르 감독 부임 당시 14위였던 한국의 세계랭킹은 연패를 거듭하며 33위까지 추락했다. 올림픽 진출 역시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당히 포부를 밝혔던 세사르 감독은 이제 FIVB 랭킹 산정 시스템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 무대에 참가하지 않는 팀이 점수를 챙기고, 오히려 대회에 나서는 팀이 점수를 얻지 못하는 FIVB 랭킹 시스템에 불만이 있다"라며 "처음에 14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랭킹 시스템 때문에 우리가 올림픽에 나서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대한배구협회와 상의해 대표팀 미래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수원=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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