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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 내준 집주인들 때문에…" 집값 하락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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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 3670건…전년比 379% 증가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들의 저가 매물에 입주민들 사이엔 불만 폭주
호가·시세 뚝뚝 떨어지자, "매물 언제 나가냐" 알려달라는 부탁도
KB금융지주 "다른 용도로 보증금 사용·자금 부족한 경우 문제 될 것"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짜증이 나 죽겠어요.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들 때문에 집값이고, 전셋값이고 뚝뚝 떨어집니다. 임차인이든 매수자든 빨리 구해야 하니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죠.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도 이 동네 집값은 보증금 미반환 매물들이 내리는 것이라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어나고, 전세사기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들의 매물이 집값·전셋값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천670건으로, 전월(3천45건)보다 20.2%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765건)보다 379%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0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다.

집값과 전셋값 하락세가 보증금을 제 때 내어주지 못한 집주인들 때문에 더욱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으로,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사진=정소희 기자]
집값과 전셋값 하락세가 보증금을 제 때 내어주지 못한 집주인들 때문에 더욱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으로,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사진=정소희 기자]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만료에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세입자가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지키기 위해 행하는 최후의 보루다. 역전세난에 전세를 찾는 임차인도 점차 줄면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엔 세입자가 이사 나가는 기간에 맞춰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게 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다른 매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차권등기에 걸려 고액의 이자를 매달 내야 하는 상황까지 가면 집주인들은 당장 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시세나 호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대에 전세 매물을 내놓고, 아예 매도까지 고려할 때도 '저가 급매'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일원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단지에서 20여 년 넘게 거주해온 50대 A씨는 "아이들이 다 대학에 진학했고, 기숙사 생활을 해 아내와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집을 내놨다"며 "전세·매매 모두 내놓은 상태인데, 근래에 시세보다 턱도 없이 낮게 나온 매물이 있어 가격선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업소를 통해 상황을 파악해보니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못 돌려준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이라며 "입주민 오픈채팅방에서도 '이런 매물이 집값을 다 떨어트리고 있다', '시장 반등세 분위기가 좋은데 물 다 흐려놓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Y부동산 대표는 "당연히 저가 급매 위주로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는데, 최근엔 역전세난에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임대인들의 전세·매매 매물이 모두 낮은 가격에 나오고 있다"며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시세나 호가보다 한참 못 미치는 가격에 책정될 수밖에 없고, 기존 입주민들은 이런 매물이 값어치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예비 매도자들은 일선 중개업소에 보증금 미반환 집주인들의 매물이 나간 시점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 매도자들 입장에선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에 거래된 매물의 호가를 원복시키거나, 저가 매물이 빠진 이후 다시 매물을 내놓기 위함이다.

강남구 대치동 일원 J부동산 관계자는 "저점에 나온 매물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보증금 미반환으로 골머리를 앓는 임대인들 물량인 경우들이 많다"며 "임차권등기에 걸리면 전세로는 나가기 어려울 수 있으나, 그래도 좋은 조건을 찾는 예비 세입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매매의 경우 당연히 싼 매물을 선호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시세도 하락하고, 호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다 보니 일부 매도자들은 임차권등기에 걸린 매물이 새 주인을 찾으면 알려달라고 한다. 거둬들인 매물을 다시 내놓거나 기준선보다 낮아진 호가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심산"이라고 덧붙였다.

손은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선임연구위원은 "아파트의 경우 빌라보다 전세시장 위축 시기에 안정적"이라며 "그러나 지난 2020~2022년 동안 전셋값 급등 시기에 체결된 아파트 신규 계약 건의 경우 전셋값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갱신 시점에 보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특히, 2020년 8월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시장 내 이중가격(신규, 갱신)이 형성됐고, 지난 2년간 고점에 신규 계약한 전세 물량들의 갱신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서 임대인들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동일지역 같은 주택이라 하더라도, 갱신계약은 이전 보증금의 5% 상한선 내에서 유지됐지만, 신규 계약은 급등한 전셋값을 반영해 거래됐다"며 "아파트의 경우 갱신과 신규 계약 사이 가격 차이가 커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높은 가격대에 신규 계약한 전세 물량들의 갱신이 올해 하반기부터 돌아오면서, 하락한 가격대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규 계약을 통해 높은 보증금을 받은 집주인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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