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정보기술(IT)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사례는 기업이 업무시스템을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긴 후 탄소배출을 줄였다고 언급하는 경우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의 탄소배출량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다."
에릭 버게너 퓨어스토리지 기술 전략 부문 디렉터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월드에서 열린 '퓨어 엑셀러레이트 2023'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서류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질적인 친환경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IDC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은 2026년까지 IT 장비를 결정하는 3대 요인 중 하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디지털 인프라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작업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의미다. 발주자의 제안요청서(RFP)에 탄소배출, 노동 조건 관련 지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스토리지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량의 20~25%를 차지한다. 스토리지는 데이터 저장장치로, 서버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 내 핵심 장비로 꼽힌다. 버게너 디렉터는 "향후 대부분 기업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양이 매년 30~4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에너지 소비에 따른 비용은 물론 스토리지 비용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스토리지 구매 기준인 성능과 가용성, 확장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관련 다양한 기준이 포함될 것"이라며 "기업과 조직은 데이터센터의 공간과 전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아일랜드 등 데이터센터 전력난…일부는 건설 제한
퓨어스토리지가 메타의 '인공지능(AI) 리서치 슈퍼클러스터(RSC)'의 스토리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전력 공급 관련 영향이 컸다고 버게너 디렉터는 설명했다. 그는 "메타는 시스템 설계 이후 뉴욕 지역 내 공급 가능한 전력량이 초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여러 파트너사를 검토한 후 자사와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또 "최근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버지니아주 루던카운티 등의 사례를 보면 지역 내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데이터센터 건설이 제한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향후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토리지 외에 서버와 냉각 장치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버게너 디렉터는 "서버 등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 스토리지 수준에서 줄이는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1~2년 내 전력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스토리지 효율성을 높여 서버 등의 사용할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토리지 평가 기준 개선 필요…지속가능성 반영"
버게너 디렉터는 좀 더 정교한 방식의 스토리지 성능과 비용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토리지 비용 평가 기준을 개선해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 수준을 반영할 수 있는 수치를 찾아야 한다"며 "'유효 테라바이트(TB)당 유효 와트(Watt)' 등이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기존 하드디스크의 경우 2TB 용량을 구입하면 데이터 보호를 위한 복사본 생성 요인으로 인해 전체 용량의 50%만 사용 가능하다. 즉 1TB 규모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2TB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올플래시 기반 퓨어스토리지의 경우 1.2TB 정도만 필요하다는 것.
버게너 디렉터는 "TB당 와트 등의 지표를 적용했을 때 특정 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스토리지는 구매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워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측정 지표와 방식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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