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쿠팡이 납품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CJ제일제당을 연달아 '저격'하고 있다. 두 기업은 겉으론 "협상을 지속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통가에서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관계는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CJ제일제당을 겨냥한 통계 자료를 잇따라 공개하며, 납품가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쿠팡은 지난 11일 '햇반이 사라진 자리를 중소 기업 제품들이 채우고 있다'는 자료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CJ제일제당이 빠졌지만 식품 판매 비중은 오히려 전년대비 20% 증가했다'며 CJ제일제당 저격을 시작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 햇반과 비비고가 빠진 자리에 경쟁사 제품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쿠팡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식품 판매액을 분석한 결과, 밀가루·부침 카테고리에서는 대한제분(98%), 광천우리밀(41.6%) 등이 크게 성장했다. 김 카테고리에서는 중견기업 풀무원식품(234%)을 비롯, 충청도 소재 주식회사 광천김(49%), 어업회사법인 순수해작(221%), 농업회사법인 자연향기(615%) 등 전국 곳곳의 중소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이 로켓배송 되지 않자 소비자들이 중소·중견기업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자료를 쿠팡이 공개한데는 'CJ제품이 없어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와우' 유료 회원이 1천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특정 기업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도 매출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밀가루, 만두, 식용류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사 제품이 충분하다는 것도 쿠팡이 이번 싸움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이커머스 국내 1위인 쿠팡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일부 매출이 축소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쿠팡의 요구를 들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을 포기하는 대신, 경쟁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의 손을 잡고 '반쿠팡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한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에는 이미 지난 3월 입점했고,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와는 가공식품, HMR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 개발에 나서 신제품을 신세계에 가장 먼저 공급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실상 쿠팡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상에 대해 "두 기업의 관계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상황에서 서로 양보를 하기에는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양 사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며,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며 "서로가 아쉽다"는 뉘앙스의 사인을 발신하는 상황이다. 이에 시간이 두 '공룡'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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