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창단 첫해부터 극심한 재정난 시달리던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이 결국 제명당했다.
KBL은 16일 서울 강남구 소재 KBL센터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데이원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데이원을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이 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L 정관 제12조를 보면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당해 회원을 제명할 수 있다.
데이원은 2022-2023시즌 내내 KBL 가입비 지연 납부, 선수단 및 홈 경기 운영 인력 임금 체불, 오리온 인수 대금 미납 등 각종 재정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KBL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통해 데이원이 선수와 직원, 관계자 임금 체불 등 각종 부채를 이달 15일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제명 여부를 정할 임시 총회를 열겠다고 통보했었다.
김희옥 KBL 총재는 이날 임시 총회에서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라며 "프로농구가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는 시점에 이런 상황을 맞게 돼 총재로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명을 당한 데이원 박노하 대표는 입장문을 내며 "선수단 임금 체불 및 업체 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계속 강구했으나 영업직 대표로써의 한계를 재차 절실히 느꼈고 결국 6월15일까지 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늘 KBL로부터 제명당하게 됐다"라며 "데이원스포츠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과 저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농구단 운영을 꿈꾸었으나 실패를 인정하고자 한다"고 사퇴를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2023-2024시즌을 앞둔 KBL의 향후 조치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KBL은 "부산시가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를 강하게 밝힌 점을 고려해 우선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끝내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내달 21일(잠정)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 드래프트가 시행되면 2023-2024시즌은 9개 구단 체제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KBL은 데이원 소속 선수들 연봉을 6월 1일 이후분부터 KBL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환수할 계획이다. 또 긴급 생활자금도 대여하기로 했다.
한편 데이원은 지난 2021-2022시즌 종료 후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고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고양 캐롯'이라는 이름으로 KBL에 출사표를 던졌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대표로 선임하고 감독으로는 안양 KGC서 정규리그 우승(2016-2017) 1회, 챔피언결정전 우승(2016-2017, 2020-2021) 2회를 달성한 김승기 감독을 앉히면서 농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들의 첫 시즌은 내내 가난했고 실력이 아닌 돈에 발목이 잡혔다.
데이원(前 캐롯)은 개막을 앞두고 KBL 가입비 15억원 중 1차 납입분 5억원을 제때 내지 못하더니, 시즌 중반부터는 선수단 및 사무국의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가입비인 10억원 납부 역시 계속 밀렸다. 이에 정규리그 종료 직전에는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도 종료했다. KBL 이사회의 구단 명칭 변경 불허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캐롯이라는 구단명은 유지했지만, 시즌 진행 중 네이밍 스폰서 계약 종료는 그들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말해준다.
이 같은 돈 문제는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영난 때문이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대한컬링연맹 회장 및 대한체육회 이사직을 내려놨고 법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 노동조합의 회생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농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김승기 감독과 선수들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정규리그 5위를 확정,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따냈지만, 당시까지 내지 않은 10억원의 가입비 때문에 진출은 미지수였다. 잔여 가입비 10억원을 납부해야만 정상적으로 PO를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데이원이 간신히 가입비를 내면서 PO에 진출했고, 구단은 6강 PO에 이어 4강까지 진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팬들에게 '감동 농구'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결국 '퇴출 엔딩'을 맞이하면서 이 같은 모습을 다음 시즌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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