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고르자면 야구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이와 함께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몸소 경기를 즐기는 사회인 야구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사회인 야구 기록 플랫폼인 '게임원'에 등록된 리그는 369개로 팀은 약 3만3천여 팀, 선수는 62만8천여 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운동을 즐기는 숫자에 비해 경기장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경기장 시설은 열악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서울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양천구 신월동, 목동, 동작구 노량진 등 고작 10여개에 불과해 "야구하려면 경기도로 원정 나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고양IC리그 辛한량 팀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 20대 노찬혁씨(외야수)는 "사회인 야구는 아직도 잔디가 아닌 흙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등 환경이 열악하다"며 "축구는 보편적 스포츠로 자리잡아 잔디구장에서 쾌적하게 운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야구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환경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자하문리그 1기동단에서 뛰는 30대 설재혁씨(2루수∙3루수)는 부족한 경기장 수로 인해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진행되는 사회인 야구 리그의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설씨는 "일단 경기 시간과 준비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예정된 경기가 끝나고 가볍게 몸을 풀 시간을 주지만 꼭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부족해서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전했다.
또 "경기장이 협소해 근처 길가에서 몸을 푸는 등 공간도 부족해 자칫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경기 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포함된다면 부상 위험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야구계에서도 침체된 야구붐을 다시 일으키긴 위해서는 밑바닥에 있는 사회인 야구부터 활성화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야구장 수를 늘리고 쾌적한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15일 아이뉴스24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도권인 서울만 해도 인구가 천만 가까이 되지만 야구장은 10여 개가 전부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프로야구장으로 사용하는 곳을 빼면 그마저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양 해설위원은 "선진국일수록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스포츠 시설이 즐비해있고 이를 즐길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스포츠시설은 규모나 시설면에서 많이 열악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사회인 야구를 하는 이들은 '직접'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레슨을 받는 등 노력들을 하면서 오히려 프로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노찬혁씨는 "직접 경기에 주인공이 돼서 플라이볼을 잡아내거나 타석에서 출루에 성공했을 때 희열과 성취감을 느낀다"며 "프로야구도 더욱 잘 챙겨보게 되고 경기에서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설재혁씨 역시 "선수로 직접 경기에 나서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이전에는 프로야구 경기를 볼 때 마냥 응원하고 즐겼지만, 지금은 야구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그래서 더 잘 챙겨보게 되고 야구의 즐거움도 배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직접' 뛰어보는 즐거움이 가미돼야 한다고 말한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본인이 직접 스포츠를 해보는 것과 눈으로만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야구를 직접 뛰는 사람이 한국 프로야구에도 더욱 큰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며 "한국의 프로스포츠 인기를 위해서라도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이 더 많이 생기고, 개선돼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이런 사회인 야구 동호회들의 열악한 실정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해 야구장 준공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경남 고성군은 지역 야구 환경개선과 문화복지를 위해 지난해 5월 총사업비 85억원을 들여 고성군 야구장을 준공했다. 여기에는 인조 잔디 구장 1면과 본부석 1개소, 락커룸 2개소, 전광판 1개소, 조명탑 6개소 등이 조성됐다.
충북 제천시 역시 사회인 야구 동호회 동호인들의 염원과 생활체육 저변 확대, 스포츠대회 유치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총사업비 105억원을 써 제천 사회인 야구장을 지었다. 이 야구장에는 야구장 1면, 주차장, 산책로, 조명타워, 기록실, 덕아웃 등이 포함돼 있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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