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박예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은 저작권이라는 사회적 고민을 낳고 있다. AI가 학습을 통해 창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창작물을 유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게임 업계도 저작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I로 만든 이모티콘 입점 어떻게?…고심하는 카카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모티콘을 제작해 수익을 내는 이모티콘 전문 작가들도 부쩍 늘었다. 2011년 카카오톡에 처음 등장한 이모티콘은 글(텍스트)을 대신해 감정을 표현하는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모티콘의 저작권 문제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카카오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만든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 입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 학습하는지에 따라 저작권 침해 논란은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카카오는 내부 검토를 거쳐 AI를 활용해 제작된 이모티콘의 입점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창작자의 권리 침해를 손 놓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일각에서는 AI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자체적인 방향 설정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AI를 활용해 만든 이모티콘에 대해 입점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공유한 상태이고, 구체적인 이모티콘 입점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협력해가고 있다"며 "정책은 올해 안에 수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에 "생성 AI 활용 지양" 요청
최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모든 컷(이미지)을 AI로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화풍이 컷마다 다르고 디테일 묘사와 처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낮은 별점을 받는 등 뭇매를 맞았다. 웹툰을 제작한 블루라인스튜디오는 제작 작업 마지막 단계에서 AI를 이용해 보정 작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웹툰 창작물에서 AI 이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AI가 단순 작업을 도와준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에, AI가 학습 과정에서 다른 창작물의 창작성을 사실상 침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상존하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이같은 논란을 감안해 정식 연재 작가를 대상으로 제작 과정에서 생성 AI 활용을 지양하라는 취지로 협의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AI가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점도 있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많은 상황"이라며 "생성 AI를 활용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 명확한 법적 해석이나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식 연재 작가들에게 생성 AI 활용을 지양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 속 원화, AI가 그린다?…업계 공통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게임업계도 생성 AI를 게임 제작에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우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에서 AI는 원화와 모델링을 제작하고 시나리오·대사 등을 접목하는 낮은 단계부터 활용되고 있다"며 "더 고도화된 단계에서는 이용자와 실시간 대화를 하거나 인격을 갖춘 메타휴먼을 제작해 게임 내 캐릭터로 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AI를 적극 도입한 게임이 속속 나오고 있다. 수작업으로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 등 오픈소스 AI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게 제작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듬게임 '디모' 개발사인 레이아크는 게임에서 AI로 만든 일러스트를 업데이트하면서 '조악하다', '성의가 없다' 등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러한 AI 제작 게임에 대한 거부감에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데이터셋의 출처를 알 수 없어 의도치 않게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게임사들은 강화 학습하는 자가 모델을 도입하거나, AI가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데이터와 게임 리소스를 사내 데이터로 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 침해 우려를 피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 AI에서 저작권 침해 우려를 줄이기 위해 기존 거대 모델에 파인튜닝(미세조정)을 거치거나, 내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공정에서 시간을 줄이더라도 게임을 더 매력적인 퀄리티로 만드는 데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에 AI에 의존할 수 만은 없다"면서 "업계에서 AI 도입 범위가 넓어지면서 업계 공통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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