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주말엔 독서] '세이노의 가르침'은 어떻게 14주간 1위를 하게 됐나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책 '세이노의 가르침'은 학창시절 매서운 호랑이 선생님이 옆에서 떠드는 것처럼 들린다. '당신을 응원합니다'와 같은 말랑말랑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와 책을 읽는 독자들을 향해 매섭게 일갈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책은 무려 735페이지에나 달한다. "책으로 돈 벌 생각없다"며 책값을 7천200백원으로 책정한 것부터 그의 배포가 느껴진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이 1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사진=데이원]
책 '세이노의 가르침'이 1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사진=데이원]

"우리는 왜 절망하는 것일까? 미래의 상황을 현재의 처지에 비추어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류대를 못 다닌다고 해서 10년 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금의 빚을 5년 후에도 못 갚을 것이라고 미리 계산기를 두들겨 대면서 미래의 삶에 절망적인 번호를 매기고 만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p.57)

저자 세이노는 일본인이 아니다. 이름도 일본어가 아니다.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다.

고교 3학년 때 건강과 가난 때문에 휴학하고 친구 아버님과 친구들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했으나 실패 후 복학하여 고교를 4년 만에 졸업하고 입대했다. 공군사병으로 복무하는 동안 군부대 부동산 관리 업무와 도서관 관장을 맡았고, 제대 후 영어공부에 몰두하여 미8군 내 메릴랜드대학 분교에 입학하였다. 학비를 벌고자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하여 과외·입시영어학원·번역업 등을 했다.

결혼 후에는 거의 십여 년 이상 쉬는 날 없이 밤늦도록 일과 공부에 몰두하면서 의류업·정보처리·컴퓨터·음향기기·유통업·무역업 등으로 자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자산을 외환투자·부동산경매·주식 등으로 증대시켰고 학연·혈연·지연·정치적 배경 없이 홀로 현재의 자산을 이룩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그만의 확고한 관점이 있다. 그는 "대학은 종종 학생들에게 대학원도 나오고 학위도 따 놓아야 좋다는 식으로 학력사회를 조장하는 주동자"라고 하는 독설도 내뱉지만 "학교 교육을 무시한다면 사회로부터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확률적으로는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이노는 회사에도 있었고, 사업도 성공하며 자신이 겪은 바를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그런 경험 가운데 하나로 '학벌'로 인해 주눅들지 말라고 말한다.

세이노는 회사에도 있었고, 사업도 성공하며 자신이 겪은 바를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그런 경험 가운데 하나로 '학벌'로 인해 주눅들지 말라고 말한다. [사진=pexels]
세이노는 회사에도 있었고, 사업도 성공하며 자신이 겪은 바를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그런 경험 가운데 하나로 '학벌'로 인해 주눅들지 말라고 말한다. [사진=pexels]

"오래전 무역학과 출신들을 신규로 공개 채용하였을 때의 일이다. 물론 일류대 무역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자들이 뽑혔다. 그리고 얼마 후 내게 소포 하나가 배달되었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던 어느 지방대 출신 학생이 보낸 것이었다. 열어보니 두껍고 낡은 노트 몇 권이 들어 있었다. 그 노트들에는 그 학생이 학창 시절에 수년 동안 무역회사들을 발로 찾아다니며 얻어 낸 무역 실례들과 각종 무역 서류들의 형태와 작성 기법, 그리고 실무적 주의사항들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p.71)

동봉된 편지에는 900점에 가까운 토익점수와 '자신있다'는 글귀가 써진 글이었다고 한다. 그는 "갑자기 채용된 녀석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며 다른 외국계 회사에 추천했고 그는 7~8년만에 부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그는 책 전체를 통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자신이 일을 온전히 즐기고 느낄 때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VJ특공대라는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았는데 언젠가 어느 삼겹살집 주인이 삼겹살은 그 굽는 석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에 드는 석판을 구하고자 전국을 돌아다니고 그렇게 구한 돌들을 삶고 길들이는 데 오랫동안 정성을 쏟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 주인에게 삼겹살집 운영은 노동이 아니라 재미를 느끼는 취미와 다름없었다. 당연히 손님이 들끓었다." (p.152)

결국 세이노도 다른 자기계발 서적에서처럼 "일을 즐기라"는 뻔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이노는 모든 일을 대할 때 '정성'을 다해서 하면 기회가 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모든 부자들을 모두 다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매도하지 말라"면서도 라디오 방송에 나와 퇴직금 50억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특혜에 분노하며 "내 말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고 분노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이런 분노와 성찰이 오가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독자들의 흥분지수를 높이고 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주말엔 독서] '세이노의 가르침'은 어떻게 14주간 1위를 하게 됐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