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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100만원으로 시작된 악몽 [천안 보험사기 자수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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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뷰티숍에서 수다 떨다 원장이 "용돈 안 벌래?"
"수술 안 받고 보험 청구도 안 했는데 통장엔 680만원"
"보험금 돌려주려니 실손 가입자 데려 와라 입막음만"
"엄마가 힘들게 돈 벌어 보험 들어 줬는데, 너무 죄송해요"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유정(20대·가명) 씨가 단 한 번의 실수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개인정보 제공을 가로 받은 돈 100만원이 유정 씨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보험사 전산에 이미 거절체(보험 가입이 부적절한 피보험자)로 등록돼 보험 가입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른다.

유정 씨는 2021년 12월 단골 뷰티숍 원장에게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용돈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뷰티숍에 가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장사가 잘 안돼서 힘들다고 하니 원장이 용돈 벌 생각이 없느냐고 해서 알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원장이 소개해 준 사람은 보험 설계사. 이 설계사는 유정 씨에게 개인정보를 본인에게 주면 1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술받지도 않고 보험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는데 돈이 들어왔다"며 "통장에 제 생각과 다르게 680만원이 들어왔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유정 씨는 설계사의 끈질긴 요구에 58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자수를 결심했다. 그는 "돈을 돌려받은 뒤 자수하고 보험사에 돌려줄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설계사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오히려 제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자수를 하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유정 씨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은 상태다.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신용 상태가 좋지 않아 쉽지 않다고 한다. 현재 유정 씨는 "사금융을 통해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돈보다 걱정인 건 부모님이다.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지만, 보험사기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돼 충격받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크다고. 그는 "엄마가 힘들게 번 돈으로 보험을 들어줬다"며 "보험사가 직권해지하면 계약자인 엄마가 알게 될 텐데 너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유정 씨는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걱정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설계사님에게 들어 보니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며 "저는 이제 20대인데 실손보험도 없이 살아야 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아이뉴스24가 단독 보도한 천안 보험사기 사건에선 이런 수법으로 보험사기에 연루된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의 입막음은 날이 갈수록 더 집요해졌다. 그는 "(설계사가)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돈을 받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친구를 소개해 주면 20만원을 소개비로 주겠다며 놔주질 않았다"고 했다.

2022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전체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9천434억원)에 비해 14.7%(1천384억원) 늘어났다. 적발 인원은 10만3천여명에 이른다. 이번 사기 사건의 유형인 진단서 위변조는 전체 금액의 22.8%(2천468억원)를 차지해 1위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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