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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공매도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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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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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강력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 강세에 엔터주가 가세하고,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축인 반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이다.

하지만 지수 반등에 안심하긴 이르다. 일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공매도를 하기 위한 대기자금으로 추정되는 대차잔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달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대차잔고는 6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내 증시엔 2천여개에 달하는 상장종목의 공매도가 일시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할 당시, 모든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2021년 5월 코스피250과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지난해 주춤했던 증시가 올 들어 다시 반등세를 보이자 공매도 전면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 재개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받는 공매도를 이렇다할 제도 개선 없이 재개하는 것은 다시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감안한 듯 금융당국은 아직 공매도를 완전재개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지난 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완전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여러가지 불안감이 사라졌을 때 (공매도 완전재개 등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여전히 고금리 상황에 따른 시장 불안이 상존해 있는 상태기 때문에 공매도 완전재개 시기나 여부를 이 시점에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매도 완전재개를 위해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제도적 개선점을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공매도 시장 접근성이나 운영방식 등이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진 것인지를 재개여부를 논하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할 만한 발언이다.

공매도 제도의 불평등에 대한 지적은 그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란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증권가에서도 현직 애널리스트의 폭로가 나왔다.

그는 지금의 공매도 제도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식 공매도 후 상환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식을 공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있기에 결국 기다리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또한 공매도를 하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 규모에 따라 증권사에서 수수료를 인하해 주기에 거래비용 측면에서도 상당한 해택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 외에도 제도의 허점 속에 숨어있는 공매도 주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상장사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지분 보유 현황을 공시하지만, 공매도 세력은 얼마나 많은 주식을 공매도 하든지 전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누가, 얼마나 주식을 팔고 있는지, 왜 파는지, 다른 주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지난 달 초 미국 월가에서 벌어진 공매도 세력과 행동주의 펀드 간의 대립이 세삼 더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 달 2일 미국의 유명 공매도 세력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의 아이칸 엔터프라이즈(IEP)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힌덴버그는 지난 2020년 미국 전기차 회사 니콜라의 사기극을 폭로해 이름을 알린 공매도 행동주의 펀드다. 올해엔 인도 아다니 그룹에 대한 공매도로 큰 수익을 올린 바 있는데, 이날 보고서에선 IEP가 자산가치를 크게 부풀렸으며, 신규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이에 대해 IEP는 힌덴버그가 IEP의 주주들을 희생시켜 공매도 차익을 챙기려는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IEP의 반박에도 시장은 힌덴버그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당시 50달러를 훌쩍 넘어섰던 IEP 주가는 현재 2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IEP의 주가 하락엔 익명의 공매도 세력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지라시는 없었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시간을 들여 분석한 결과를 시장에 공개하고 자신의 공매도 투자를 실행에 옳겼을 뿐이다.

국내 증시에서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국내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물론 기관과 외국인,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차별없는 제도 적용이 요구된다.

공매도 자체는 죄가 없다. 부실한 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장점도 크다. 하지만 국내의 공매도 제도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허술한 제도로 만들었거나, 혹은 누군가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이번 정부에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이 만들어 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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