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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주-영상] 누리호 발사 장면…'행복 순간'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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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T-0, ②지구 촬영, ③위성 우주 공간 사출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와 관련해 발사 순간, 누리호 지구 촬영, 위성 우주공간 배치 등을 '행복 포인트'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항우연]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와 관련해 발사 순간, 누리호 지구 촬영, 위성 우주공간 배치 등을 '행복 포인트'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항우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25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누리호는 발사부터 위성 전개까지 ‘매끄럽게’ 진행됐다. 현장에서 2박 3일 동안 취재한(24일 발사예정이었는데 컴퓨터 문제로 하루 연기됨) 현장 기자들도 이 과정을 긴장감 속에서 지켜봤다.

누리호는 취재기자들도 발사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볼 수는 없다. 누리호가 발사된 몇 초 뒤에 발사장 산 너머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볼 수 있다. 굉음이 먼저 울리고 몇 초 뒤 누리호가 산 정상에서 불쑥 솟구친다. 우주로 비행하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 앞에 있는 산 정상으로 누리호가 솟구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 앞에 있는 산 정상으로 누리호가 솟구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누리호는 발사이후 약 18분 58초 뒤에 짧은 비행을 마무리한다. 수개월 동안 준비하고 수백명이 준비한 것 치고는 너무 짧은 비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발사체(로켓)의 운명이다. 발사체(우주수송수단)는 목표한 궤도에 도착해 손님(인공위성)을 배치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발사부터 위성을 정확한 고도에 올려놓고 배치하는 것까지 초단위로 단계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 중에서 ‘행복 순간’ 세 가지를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 2013년 나로호부터 올해까지 나로우주센터를 취재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보는 이들에 따라 ‘행복 순간’은 모두 다르겠는데 많은 이들은 그 첫 번째로 T-0(Time Zero)를 꼽았다. 발사대에서 이륙하는 순간을 말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거대한 화염과 희뿌연 수증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그 순간을 많은 이들은 기억한다.

두 번째는 누리호가 직접 찍은 푸르고 둥근 지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누리호는 위성을 배치한 뒤엔 임무를 끝낸다. 누리호가 찍은 둥근 지구는 단 한번 뿐인 ‘그 순간과 기억’의 공간인 셈이다

세 번째는 발사체 본연의 임무를 확인할 수 있는 위성 사출 모습이다. 많은 현장 연구원들은 물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를 ‘행복 순간’으로 꼽았다.

누리호가 지난 25일 오후 6시 24분 고훙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우주로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항우연]
누리호가 지난 25일 오후 6시 24분 고훙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우주로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항우연]

◆행복 순간①, T-0=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어느 때를 기억할까.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복잡하더라도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 이후 “곧 우리 비행기는 이륙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비행기가 활주로를 질주해 ‘붕~’ 뜨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누리호도 다르지 않다. 발사체는 대부분 ‘T-10:00(발사 10분 전)’을 앞두고 자동운용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관여할 수 없다. 모든 과정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카운트다운 한다. 이 과정에서 조그마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즉시 발사는 멈춘다.

‘10분의 조마조마함’이다. 누리호와 관련된 연구원들에게는 그 어떤 것과 견줄 수 없는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시간이다. 1초, 1초, 1초…지나가는 시간을 보면서 ‘혹시나?’ ‘아니겠지!’ ‘멈추면?’ ‘갈 거야!’ 등 ‘물음표(?)’와 ‘느낌표(!)’의 무한 반복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자신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극단의 단어가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T-00:10(발사 10초전)’. 이때부터 직접 ‘10! 9! 8!…3, 2, 1!, 이륙!’이란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 울린다. 마침내 ‘T-0’에 이르고 누리호는 엔진을 점화하고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긴장감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이 빙그레 그려진다고 한다.

고도 550km. 누리호 3단 내부에서 찍은 지구. 푸른 지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항우연]
고도 550km. 누리호 3단 내부에서 찍은 지구. 푸른 지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항우연]

◆행복 순간②, 누리호가 찍은 지구=누리호는 발사 이후 오차범위 ±5% 범위에서 초 단위로 수행해야 하는 단계가 있다. 먼저 1단을 분리해야 한다. 이어 페어링이 떨어져 나간다. 뒤따라 2단이 분리된다.

목표한 궤도에 이르기 위해 3단 엔진이 마지막으로 점화한다. 초속 7.5km 속도로 이동해야 탑재된 위성을 제 위치에 안착시킬 수 있다. 이 모든 단계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때 누리호는 마침내 ‘성공 비행’이란 평가를 받는다.

단계별 진행되는 이 과정도 연구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어느 것 하나 어긋나면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 때 ‘행복 순간’이 다가온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누리호 2, 3단에 탑재된 카메라가 둥근 지구를 찍어 전송할 때이다.

푸른색과 하얀 색(구름)이 어우러진 지구가 펼쳐진다. 이 순간, 연구원들은 ‘누리호가 제 궤도에 이르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푸른 지구가 누리호 2, 3단 카메라에 잡혔을 때 ‘행복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에 지금 순간, 이 사진은 누리호(3차 발사)가 단 한번 밖에 찍지 못하는 지구이다. 누리호는 인공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으면 수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행복 순간’을 형성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누리호가 고도 550km에서 차세대소형위성 2호기와 큐브샛을 우주에 배치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누리호가 고도 550km에서 차세대소형위성 2호기와 큐브샛을 우주에 배치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행복 순간③, 위성이 우주로 나서는 순간= 여행의 마지막은 ‘모든 여행의 길목을 무사히, 안전하게, 행복하게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이다.

누리호도 이 같은 ‘행복 순간’이 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목표한 궤도에 도착한 누리호가 실려 있는 위성을 차례로 우주로 내보낸다. 이번 3차 누리호는 목표궤도가 고도 550km였다.

주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군집위성인 도요샛(4기로 이뤄진 큐브샛), 위성 전문업체가 만든 큐브샛 3기 등 총 8개였다.

‘둥근 지구’를 찍은 누리호 3단은 속도를 내면서 550km 목표 궤도에 이른다. 이어 주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우주로 나섰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3단 내부 카메라에 잡혔다. 이어 큐브샛이 순서대로 자신이 위치할 곳으로 내보내졌다.

정중히 모신 손님(위성)들이 하나, 둘씩 우주로 나서는 모습을 볼 때 누리호가 ‘성공 비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오고, 그때 ‘행복 순간’이 가슴 속으로 밀려온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지난 25일 누리호 발사결과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손님을 모셔다 드리는 임무여서 기뻤는데 혹시 실패하면 우리뿐 아니라 위성을 개발한 개발자들까지 힘들게 되니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말한 뒤 “발사일이 하루 연기되면서 심적으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모든 결과가 괜찮아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 현장을 취재하면서 때론 울고, 때론 웃는 연구원들은 만났다. 발사 과정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행복 순간’은 발사부터 임무를 완료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으로 이젠 긴장감과 의무감에서 벗어나 ‘커피 한 잔’이든 ‘축배 한 잔’이든 같이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찾아왔다는 것, 그들에게는 또 다른 ‘행복 순간’이지 않았을까.

/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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