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물가 급등 와중에 식품 제조 기업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는 압박도 모자라 밀, 옥수수, 커피, 면화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이런 요인은 제품 가격에 왜 반영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까지 있다고 한다.
소비자나 정책 당국으로선 얼마든지 아쉬움이나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이 과연 물가 급등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인건비와 원재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수많은 변수들이 압박하고 있기에 정책적으로, 또는 사회적 여론에 의해 제품가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 제조 기업들의 주요 제조원가만 따져봐도 만만치 않은 상황임이 잘 드러난다. 식용유로 사용되며 제조원가의 한 축을 차지하는 대두유를 살펴보자. 올해 가격은 지난해 대비 19.79% 하락했다. 하지만 2020년 6.6%, 2021년 85.57%, 2022년 22.29% 등 3년 동안 가격이 그야말로 폭등해 오다 뒷걸음질 친 것이다. 톤당 가격으로 보면 올해 1천257달러로 2020년 690달러 대비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식용유 연간 소요량은 대두유 60여만 톤, 팜유 20여만 톤 등 약 114만 톤 수준이며, 이중 90만 톤은 주로 수입 후 정제 과정을 거쳐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두유 가격 상승은 기업 입장에서 부득이할 수 있다.
밀가루나 옥수수, 커피, 축산우 등 다른 원재료들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원재료 가격 외에도 최근 인상된 전기세, 가스비 등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라면, 주류, 가공밥 등 유통업계의 공식적인 설명을 들어보면 다들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가격 인상 요인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한결 같이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고 여론도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부터 정부는 유통업계와 간담회를 가지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 왔다. 이런 영향인지 몰라도 풀무원은 생수, CJ제일제당은 고추장·조미료·면류,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과자, 하이트진로는 소주 가격 인상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은 모양새다.
하지만 제조업체에 대한 가격 인하 요구가 당장의 고물가 문제를 해결할 답은 아닐 것이다. 제조업체로서 여러 부담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제품가격 고빠를 틀어쥐는 것만으로 사회 전반의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소줏값만 해도 출고가에 유통마친, 음식점 이윤 등이 합쳐져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는만큼 소주 제조업체만 통제하는 식이어서는 답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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