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현재 고객과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인 단계로, 현 단계에서 거래 규모, 금액 등 세부 사항을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노리고 카메라 모듈 업체들이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만남이 삼성전기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일정 기간 마다 조회 공시 요구를 통해 테슬라와의 5조원대 계약 협의 사실만 줄곧 밝혔으나, 이 회장이 이번에 직접 나서면서 수 조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머스크를 만나 향후 협력 방향을 모색했다. 이 회장이 머스크와 별도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6.4%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머스크는 차세대 위성통신 업체 스타링크, 우주탐사 회사 스페이스X ,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퍼루프, 인공지능(AI) 기업 뉴럴링크·오픈AI 등을 통해서도 미래 사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 전기차 시동 건 삼성…FSD 칩 생산으로 테슬라와 '인연'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테슬라와 협력할 분야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번 만남은 더 기대를 모은다. 삼성은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이 각 분야에서 전기차 부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바일과 가전 등에 집중하다가 최근 전장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에 머스크가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반도체연구소를 직접 방문한 점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책임지는 최시영 사장이 배석한 점을 근거로, 양측이 차량용 반도체 협력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테슬라가 자동차에서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완전자율주행(FSD) 칩을 직접 설계한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 2019년에도 테슬라의 FSD 칩을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라인에서 생산한다고 머스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현재는 10nm대 파운드리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미국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연으로 삼성전기도 테슬라의 수혜를 입을지 주목된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기는 지난해 테슬라 중국 베이징 공장에 들어갈 카메라 모듈을 전량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테슬라 점유율(매출 기준)은 LG이노텍 60% 내외, 삼성전기 30% 내외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르노 등 일부 고객에만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제공했으나, 2021년 테슬라 전기트럭용으로 4천900억원 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일각에선 삼성전기가 테슬라에 5조원대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도 맺었다고 주장했다. 몇 년간의 공급 계약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로, 삼성전기는 6개월 단위로 이와 관련한 조회 공시 답변에서 "협의 중인 단계"라고만 밝히며 말을 아끼고 있다. 마지막 답변은 지난 2월 28일이었다.
이에 최근 이 회장이 직접 머스크를 만난 만큼, 삼성전기가 오는 8월 28일 관련 내용을 재공시 할 때는 다소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삼성전기는 공시를 통해 "카메라 모듈 고도화, 다변화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1兆 수주설' LG이노텍, 멕시코 공장 증설 '만지작'
또 다른 전장 부품 기업인 LG이노텍도 6개월 단위로 테슬라향 카메라 모듈 수주와 관련해 조회 공시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계약을 두고 협의에 나섰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후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협의 중에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거나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다.
일각에선 LG이노텍이 북미와 유럽 시장용 테슬라 '모델Y', '모델3', 전기 트럭 '세미', 출시 예정인 '사이버트럭'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것으로 봤다.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애플 '아이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꾸준히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방 교통 정보와 운전 보조 기능이 필수적인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은 이전에도 테슬라에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과 와이파이 모듈을 공급했다. 테슬라는 2021년에 LG이노텍을 공식 부품 공급사로 등록한 바 있다. 이번에 테슬라와 공급 계약 체결을 완료할 경우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테슬라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최종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LG이노텍은 지난해 초부터 멕시코 전장부품 공장 증설을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LG이노텍 관계자는 "(공장 증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도 조만간 테슬라 수주를 뒷받침 할 증설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별개'의 완성차 수주 입찰전을 공략해 승부를 보고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앞으로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브랜드 영향력 끌어올리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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