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 7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최동훈 감독이 내놓은 영화 '외계인'은 개봉 전부터 천만 관객을 돌파하느냐를 두고 관심이 컸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계가 침체된 가운데 스타 감독의 귀환이었기에, 그리고 제작비 330억 원을 투입한 SF 장르 영화라 관객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153만명의 관객 동원에 그치면서 한국 영화 장기 침체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 이런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에미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 등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비 못지 않은 수백 억원의 돈을 투입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충족시키니 더 이상 극장을 갈 유인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인이 극장에서 데이트를 하면 극장 티켓과 팝콘, 콜라까지 곁들이면 5만원이 넘어가는 것도 고물가 시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Z세대가 가진 '배속 늘려보기'의 시청 행태도 1배속으로 관람해야만 하는 극장의 문법이 답답함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 그러나, 이건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한국 영화계가 위기를 맞이한 건 투자사들이 감독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탓이다. 넷플릭스라고 모든 작품이 다 잘된 것도 아니다. 망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망한 영화들 탓을 하지 않고, 비평계의 지적에도 꿋꿋하게 한국 작가들과 감독들에게 계속해서 투자하며 오늘날의 화제작들을 만든 '인내심'에 있다.
#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감독들의 우려는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되는 영화'에만 제작과 투자가 쏠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000년대 한국 영화를 수놓았던 박찬욱, 봉준호 등 수많은 감독들은 독립영화에서 출발했고, 2010년대 등장한 나홍진, 윤종빈 감독들도 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뒤 걸출한 작품들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만영화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는 장르 영화들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승부를 걸었던 장르물에 대한 수요자들의 호흥이 더해진 바로 그 지점에 한국 영화의 기로가 놓여있다. 고민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 자세한 이야기는 김도훈 영화평론가와의 인터뷰(원성윤의 人어바웃)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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