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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삼성이 손 대니 다르네"…日 기업도 콕 찍은 엔에프, 성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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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산소 공급기 생산 기술로 매출 급성장…韓·日서 투자 쇄도, IPO도 추진
삼성전자 지원 받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불량률 개선·자동공정 도입 등 효율 ↑
삼성, 소음전문가 컨설팅·판로개척 지원도 나서…엔에프, 국내외 사업 확대 탄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지난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일 당시 인도 곳곳에서 비상이 걸렸다. 환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산소통 부족으로 병원에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현지 5대 그룹 중 한 곳인 릴라이언스그룹은 이 상황을 지켜보다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산소통 공급을 위해 릴라이언스 그룹과 교류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상곤 엔에프 대표 [사진=아이뉴스24 DB]
이상곤 엔에프 대표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곧바로 인도 기업이 지목한 그 기업을 찾아 부산 기장군으로 달려갔다. 산소 공급 시스템 제조·유통기업인 엔에프(NF)가 그 주인공으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이상곤 NF 대표는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44주가량 기다려야 했는데 삼성전자가 지원에 나서자 일주일만에 반도체를 공급 받게 돼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엔에프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첫 인연을 맺은 이 때를 회상하며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띄었다. 반도체 공급 지원을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도 매년 받게 되면서 제조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원 전까지 제품 불량률은 26%였으나, 지금은 1%로 크게 낮아졌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스마트팩토리 운영팀이 불량률을 1% 미만으로 더 낮출 수 있도록 꾸준히 살펴봐주고 있다"며 "정부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다른 스마트팩토리 지원 프로그램도 참여해봤지만 일회성에 그친 데 반해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이 변경될 때마다 부족한 것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와서 살펴보고 지원해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빛 발한 JY '상생 경영'…중소기업 제조 경쟁력 높이기 '올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중소·중견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해왔다. 2015년에는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중소기업벤처부와 협력해 확대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라는 전담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엔에프 신공장에서 한 직원이 삼성전자가 설치한 자재 보관 시설에서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엔에프 신공장에서 한 직원이 삼성전자가 설치한 자재 보관 시설에서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에는 ▲제조현장 혁신 ▲공장운영 시스템 구축 ▲제조 자동화 등 분야에서 총 200여명의 사내 전문가를 선발, 각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성 향상과 현장 혁신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외 판로개척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애로기술 해결 지원 등을 통해 자생력 확보를 돕고 있다.

지원이 완료된 후에도 '스마트365센터' 운영을 통한 사후관리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지원에 나선 곳은 무려 3천80여개사에 이른다.

1차 사업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600억원 규모로 진행됐고, 최근에는 총 224억원을 더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해 추진키로 했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키워나감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에서다.

엔에프 신공장에 삼성전자가 설치한 자재 보관 시설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엔에프 신공장에 삼성전자가 설치한 자재 보관 시설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상생 경영'이 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주목 받았다. '지역과의 미래 동행'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은 지역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삼성의 미래는 물론,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신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하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스마트공장운영팀장은 "삼성전자가 가진 재능과 노하우를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CSR 활동에 나서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의 일환"이라며 "직접 거래 관계가 없더라도 국내 중소기업이 잘 되는 게 궁극적으로 삼성전자 역시 잘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각 기업들의 제조 생산력 향상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손길 닿자 생산량 4배 증가…판로 확대 지원도 '굿'

엔에프도 2021년 이후 매년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에프의 생산 방식에 변화를 줬을 뿐 아니라 소음전문가 컨설팅 및 판로개척 지원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엔에프는 간이 테이블에서 작업하던 생산 방식을 맞춤형 셀(Cell) 생산 방식으로 전환했다. 덕분에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현저히 낮춰 생산량은 4배가량 늘었다. 콤프레샤 조립의 경우 생산성은 36.8% 높아졌고, 창고 레이아웃 재배치를 통해선 자재 보관 캐파가 214%나 향상됐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엔에프 본사 전경 [사진=엔에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엔에프 본사 전경 [사진=엔에프]

실제로 이날 부산 엔에프 공장에 찾았을 때도 곳곳에 삼성전자의 손길이 닿은 덕분에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공장 내부 곳곳에 삼성전자가 설치해 준 키오스크와 QR 작업 덕분에 생산 진행 과정과 재고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된 점이 눈에 띄었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 만족도도 최상이었다.

이는 삼성전자 전문위원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이들은 공장 내부의 효율적인 설비 배치를 통해 공정 간 동선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엔에프 지원을 맡은 김진소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프로는 "(엔에프가) 처음에는 주먹구구식 생산을 하고 있었다"며 "자재 입고부터 생산, 출고까지 모두 새로운 생산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판단해 전반적으로 생산 과정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신재범 엔에프 생산관리부 최고제조책임자는 "삼성전자가 제조번호 코드 분류 작업과 함께 QR 코드를 인식해 생산 프로세스부터 재고 관리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3천 가지가 넘는 자재가 보관된 창고도 이전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일련 번호를 일일이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엔에프 신공장에서 한 직원이 삼성전자가 설치한 키오스크로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엔에프 신공장에서 한 직원이 삼성전자가 설치한 키오스크로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또 엔에프는 삼성으로부터 소음전문가 컨설팅도 지원 받았다. 덕분에 산소공급기 제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19%(53dB→43dB)가량 개선해 제품의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공장 지원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엔에프에 대한 삼성전자의 관리 및 지원은 계속됐다. 특히 스마트공장 지원 기업의 제품 홍보 전시회인 '스마트 비즈 엑스포'에 엔에프를 매년 참가시켜 국내외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이를 통해 엔에프는 제품 수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려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덕분에 엔에프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전과 비교해 매출이 4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약 35억→약 150억원)를 거뒀다. 해외 판로도 확대돼 인도뿐 아니라 최근 브라질 기업과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우리가 만든 산소 공급 시스템을 설치하게 됐을 뿐 아니라 '래미안' 아파트에도 적용하고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도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대우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서도 우리 산소 공급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의료 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B2B 거래에만 집중했지만, 최근 개인적으로 산소 공급기를 써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헬스케어' 제품들도 강화하고 있는 상태"라며 "가정용 산소발생기 '오투렉스'를 중심으로 B2C 사업도 확대해 올해는 매출 38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日 기업서 한 번에 50억 투자 이끌어…"내년 초 IPO도 준비"

엔에프는 삼성전자 외에도 뛰어난 기술력 때문에 국내 정부기관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계 수준의 초정밀 나사 및 나사 체결기 계측·검사 장비 업체로 유명한 일본 니토세이코는 엔에프의 기술력과 이 대표의 추진력을 믿고 지난 2018년 과감히 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엔에프의 매출은 20억원 안팎 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니토세이코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과정에서 전 세계 메디컬 바이오 회사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5곳을 선별했고, 우리도 그 명단에 포함됐다"며 "니토세이코 직원들 사이에서 각 업체의 제품들을 평가했는데 우리 제품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아 유통을 하고 싶다고 일본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토세이코 측이 1년 반 이상 기술 검증을 한 후 우리가 생산하는 산소 공급기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까다로운 조건 없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국 결정했다"며 "우리 공장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니토세이코의 제조 노하우도 곳곳에 녹여져 있다"고 덧붙였다.

엔에프가 생산한 헬스케어 제품들. 엔에프는 산소 공급기의 대중화를 위해 가정용 산소발생기 '오투렉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엔에프가 생산한 헬스케어 제품들. 엔에프는 산소 공급기의 대중화를 위해 가정용 산소발생기 '오투렉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엔에프의 산소 공급기는 크게 의료용, 헬스케어용, 산업용 등 3가지다. 산소 공급의 핵심은 일반 공기를 흡입해 압축된 공기를 '끓는 돌'로 불리는 제올라이트에 통과시키면 산소와 질소가 분리되고 이때 남은 산소를 농축하는 기술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고농도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산소만 발생하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엔에프 제품은 살균까지 한다. 관련 특허만 20건에 달한다.

엔에프의 주력 제품인 의료용 자동 산소 공급 시스템은 병원에 비치되는 충전식 고압 산소통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24시간 365일 무정지 연속으로 가동할 수 있고, 고순도 산소 공급이 가능한 국내 최초 중앙집중식 산소 공급 시스템이다. 기존 산소통과 비교하면 경제성과 편리성, 안전성, 확장성 등이 월등히 좋다.

이 제품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요양병원 위주로 판매됐으나 지난 2020년 2월 엔에프의 의료용 산소 공급 시스템이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수가 반영이 확정됐다. 현재 전국 1천여 개 병·의원에 설치돼 있으며, 건강보험수가 반영이 결정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도 납품할 수 있게 돼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또 엔에프의 복합조합의료기기는 병·의원 쪽에서 독보적이다. 복합조합의료기기란 의료기기일 뿐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산소'를 '약'으로 처방하는 제약 기능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산소가 약인데, 산소를 약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 엔에프인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3개 기관으로부터 이미 인증을 받았다.

이 대표는 "당초 관련 법이 없어 우리 제품이 보험수가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엔에프의 기술력을 인정한 정부 기관까지 적극 나서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지금은 복합조합의료기기 인증을 받게 된 1호 기업이 됐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도 주력해 KT와 함께 '지니 에어'를 선보이는 한편, 올해 서울, 대구에 설립한 판매 법인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산소공급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국 버지니아 대학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미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에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해 기업 규모를 더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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