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가 '불매운동'에 나섰다가 되레 뭇매를 맞고 있다. 사측과 임금 재협상에 나서는 한편, 노사협의회를 대신해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 받고자 한 전략인 듯 보이지만 "사측에 대응할 카드가 겨우 불매운동이냐"는 직원들의 핀잔만 듣고 있는 형국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9일 전 세계 140여 개국 노조가 모이는 '전자산업노조 글로벌 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해 회사를 비판하며 파업뿐 아니라 국제적인 '삼성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또 회의에 참석하기 전 사내 게시판에도 "140여 개국 노조가 모이는 국제제조산업노조(IndustriALL Global Union) 베트남 행사에서 삼성의 만행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삼성의 노조 파괴와 거짓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대해 알리겠다"고 게재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처럼 나선 것은 지난달 14일 삼성전자가 직원 단체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4.1%) 때문이다. 지난해 9% 인상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5%, 성과 인상률 4% 등 9.0%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천500만원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8일 기준 전체 직원의 약 8%인 9천803명이 가입한 삼성전자 최대 노조지만, 대표성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노조원으로 확보해야만 비노조원도 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 이 탓에 삼성전자는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해마다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노조는 사측에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이상) 또는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사측은 경영 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노조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노조는 반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사측과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 중재를 시도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중지'를 결정했고,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얻었다.
이처럼 노조가 각종 압박 수단을 앞세워 회사 측에 재교섭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직원들 사이에선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회사 불매운동에 파업, 회사 망신주기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도를 넘었다"는 내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국제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자멸적 투쟁'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한파'로 2분기에 전체 영업적자 우려까지 커진 상황에서 노조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벌이는 것도 직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노조는 같은 삼성전자 직원인 노사협의회 위원들을 비판하며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노사협의회 불법지원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상위고과 배정, 임기 만료 후 주재원 배정 등 불법지원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는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만큼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임에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으름짱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 노조들과 전 세계에서 삼성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자멸적 투쟁 방식이라는 점에서 선을 넘은 듯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노조가 간과한 듯 하다"며 "무리한 행태와 정치적 색채를 앞세운 노조의 움직임을 대다수 국민뿐 아니라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감할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직원들 역시 노조의 움직임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사내 게시판에선 회사를 망신 줘서 임금을 올리는 협상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는데 삼성 불매는 선을 넘은 것 같다", "회사 망하게 하고 정치 입문하는 게 목적인가", "노조 결성 후 2~3년간 협상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그저 임금 인상만 외치고 어느 것 하나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 없는 노조에 어떻게 힘을 실을 수 있나" 등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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