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3월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 여파로 '삼성페이(삼페)'도 수수료 부과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애플페이'가 수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유료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관련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카드사에 전달했다. '애플페이' 국내 진출에 따라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삼성전자도 이처럼 나선 것이다.
◆'애플페이'에 자극 받은 삼성…유료화 '시간 문제'
카드사들은 그동안 '삼성페이'와 단체계약을 통해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삼성페이'와 같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로열티만 일부 지급해왔을 뿐이다. 또 계약 내용에 변동이 없어 매년 자동연장 해 왔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지난 3월 말 국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자 삼성전자도 고민에 빠졌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사용 수수료를 결제 건당 0.15% 부과하기 시작하며 '페이 유료화' 시대를 연 것이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주는 수수료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은데, 중국의 5배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무료 사용을 전제로 한 삼성전자와 카드사와의 '삼성페이' 계약도 변화를 맞게 됐다. 기존 계약은 오는 8월 11일자로 종료되는데, 법적으로 계약 종료 3개월 전에는 삼성전자가 카드사에 종료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카드사와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조건이 포함된 계약을 이번에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수수료 유료화를 시작한 만큼 삼성전자도 유료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애플페이'를 한국에 끌어들인 현대카드의 지나친 애플 편애가 삼성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카드·애플이 당긴 수수료 유료화…고객 혜택 축소 이어질 듯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 여부 등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삼성페이' 역시 조만간 유료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애플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결제 건수에 따라 차등적용 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탓에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카드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한 차례도 오르지 않고 3년마다 매번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된데다 조달금리도 올라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페이' 유료화 폭탄 마저 껴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페이'의 누적 결제액은 지난 2015년 출시 후 올해 2월 기준 219조원으로 집계됐는데, 유료화될 경우 연간 2천억원 가량의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 외에 각종 간편결제 업체들까지 수수료 인상 행렬에 합류한다면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간편 결제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할 경우 카드사가 애플에 줘야 하는 수수료는 하루 약 100억원 이상이다.
이 탓에 카드사들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고객 혜택이나 한도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선 불확실한 경기 속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카드사 순이익은 지난 1분기 기준 1위인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고, 삼성카드(-9.5%), KB국민카드(-31%), 우리카드(-46.3%) 등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들여오며 수수료를 유료화 한 탓에 카드사들이 더 힘들어지게 됐다"며 "'애플페이' 유탄이 결국 고객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웹 예능에 출연해 "애플페이를 쓰고 싶었는데 8년째 한국 시장에 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제는 올 때가 됐고 총대는 내가 메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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