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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도 힘들다"…삼성家도 못 피한 韓 상속세, OECD 중 부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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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근본적 개편 필요
가업상속공제제도 유명무실화, 기업승계 사실상 어려워…"韓만 할증평가 실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우리나라 상속세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기업 경영의지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의 경우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상속세가 12조원대인데,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 경제의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속세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 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 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공동 1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2020년에 3위(0.5%)였으나, 2021년에 0.2%p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직계비속에 대한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지만,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평가액에 할증평가(20% 가산)를 적용해 과세,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 적용 시 최대 60%의 세율처럼 적용 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만 최대주주에게 획일적인 할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며 "기업승계 시 상속세는 기업실체(business entity)의 변동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로서 기업승계 시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한경연]
[표=한경연]

실제로 삼성 총수일가는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타계 이후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 받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이다. 이 중 주식에 대한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한다.

이 선대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고루 상속받았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천억원, 이재용 회장 2조9천억원, 이부진 사장 2조6천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6차례에 걸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에 이어 같은 해 10월에 두 번째 분납금을 납부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과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이 모두 높은 국가로,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인한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며 "기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투자, 일자리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수단임을 인식해 이제는 세율 등 과세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할 때"라고 강조했다.

[표=한경연]
[표=한경연]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가업상속공제를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용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요건마저 엄격해 그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제도는 2016~2021년 연평균 이용건수가 95.7건, 총 공제금액 2천967억원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308건, 공제금액 163억 유로(한화 약 23조8천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적용건수는 독일의 100분의 1수준이다.

임 연구위원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 대표자 경영기간, 업종유지, 자산유지 등 사전·사후요건이 까다로워 활용하려는 기업인이 적고 실제 공제금액도 작아서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2022년 세법개정 시 사전·사후 요건을 완화한 점은 바람직하지만, 적용대상을 중견기업 일부까지만 확대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해야만 일자리와 소득 창출이 가능한데, 현재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과 실효성 없는 가업상속공제라는 징벌적인 상속세제 하에서는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부담이 큰 상속세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배당 확대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나친 배당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주식 매각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경영권 승계 및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방안, 즉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공제액 상향만으로는 기업승계를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우선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본이득과세는 기업 대주주가 주식(300억원, 취득가액 100억원)을 상속하는 시점에 과세하지 않되, 상속인이 해당 자산을 500억원에 매각 시 총차액인 400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적용해 과세하는 것을 뜻한다.

임 연구위원은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인하해야 한다"며 "최대주주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추후 상속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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