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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주] 블랙홀, 주변물질 흡수 '부착원반' 구조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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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등 국제 연구팀, 새로운 블랙홀 물리현상 찾아내

기존 EHT(오른쪽)와 이번에 GMVA+ALMA로 관측된 블랙홀 고리 구조의 차이. [사진=천문연]
기존 EHT(오른쪽)와 이번에 GMVA+ALMA로 관측된 블랙홀 고리 구조의 차이. [사진=천문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블랙홀은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강력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관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낸다. 이른바 '부착원반' 현상이다.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블랙홀에 부착돼 회전이 빨라지면서 부착원반을 형성한다.

국제 공동 연구팀이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동시에 포착했다. M87 블랙홀의 부착원반의 모습도 확인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에 우리나라 시간으로 4월 27일자에 실렸다.

국제공동연구팀은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lobal Millimeter VLBI Array, GMVA)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ALMA), 그린란드 망원경(Greenland Telescope, GLT)을 이용해 관측했다.

이들 망원경들의 참여로 기존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블랙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한다.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 증거는 제시됐는데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블랙홀 혼자서는 아무런 빛을 내지 않는다.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낸다.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부착돼 회전이 빨라지면서 부착원반을 형성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 또한 증명했다.

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원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물질들인 부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부터 분출된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천문연]
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원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물질들인 부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를 이루며 블랙홀로부터 분출된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천문연]

국제공동연구팀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mm)보다 긴 3.5mm의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mm 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다.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 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부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다.

연구팀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에 참여하는 ALMA의 역할이 컸다. ALMA는 이미지의 감도와 남북 방향 분해능을 크게 향상해 사상 최초로 3.5mm의 파장대에서 고리 구조의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

한편 한국 연구팀은 초장기선 간섭계 데이터의 오차 제거와 데이터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참여해 이번 연구에 이바지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공동연구팀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천문연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GMVA, ALMA를 활용해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집중적으로 추가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의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의 플라즈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측 책임자인 박종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 동안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김재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천문대기전공 교수는 “이전의 EHT 영상이 블랙홀 자체의 실존을 증명했다면 이번 영상은 블랙홀 바로 주변의 복잡한 천체물리학적 과정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121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경북대 김재영 교수 등 총 네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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