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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담합니다" '중매'도 서는 중개업소 [현장 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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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오래 거주하며 '사랑방' 역할 겸하면서 중매 서고 성혼시키기도
강남권 중개업소들, 홈피나 커뮤니티에 '중매섭니다' 게시물 올려 '눈길'
부동산 자산 등 비슷한 환경 파악해 선호도 높은 조건 제시…'적중률' 높아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중매는 잘 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세 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즉, 혼인은 억지로 권할 일이 못 되지 않을 뿐더러, 결혼이 성사되도록 중간에서 소개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죠.

그런데 아파트를 비롯해 부동산을 중개하는 중개업소(부동산)에서 결혼 중매를 서는 현장이 최근 목격됐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와 다과를 먹으며 사랑방 역할을 하는 데서 시작해 결혼을 중매하는 일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 하네요.

강남권 일대 중개업소에서 '1대 1 결혼 상담합니다', '결혼 중매 섭니다', '초혼·재혼 상담 가능' 등의 게시물을 부동산 매물과 함께 올려둔 곳이 적잖게 포착됩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들이 자리잡은 강남 내에선 예전부터 부동산에서 중매를 서는 일이 빈번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지역 내 부동산은 한 자리에서 오래 영업하는 경우가 많고, 동네 매물을 중개하면서 주민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레 마을 소통창구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며 "특히, 한 가정의 안주인들이 자주 걸음 하면서 집안 이야기, 자식 고민 등을 나누며 중매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는데 특히 소위 '부자 동네'인 강남 내에서 이 같은 중매가 꾸준히 성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남 일대 한 부동산에 결혼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이 걸려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강남 일대 한 부동산에 결혼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이 걸려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그렇다면 왜 강남권에 유독 중매를 서는 중개업소가 많은 걸까요.

부동산이 자산 증식을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 보유한 부를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환경의 집안과 혼사를 성사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죠. 강남권에는 뜨내기처럼 한때 살다가 집을 팔고 나가는 수요도 적지 않지만, 오랜 기간 거주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아 임대를 놓거나 또 주택을 더 구입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들러 상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스럽게 이런 집주인들과 소통이 늘어나며 혼사를 제안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강남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중매를 해 성사시키면 그냥 술 석 잔이 아니라 명주 세 병은 받을 수 있겠지요.

사실 강남에는 다주택자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별 다주택자 거주 현황(2020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기준 5가구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11만6천81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5가구 이상 다주택자 10명 중 3명가량은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에 거주하는 5가구 이상 다주택자는 3만7천319명으로 전체의 31.9%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목을 끄는 것은 서울 다주택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바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5가구 이상 다주택자는 송파구(5천685명), 강남구(3천655명), 서초구(2천723명)의 순으로 많았습니다.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서 20여 년간 중개업소를 운영해온 A씨도 중매 경험이 다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우리 부동산에서만 전세 매물을 수십 년 중개 맡긴 집주인들이 여럿 있다"며 "부동산 규제 영향을 받아도 강남에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이 쉽게 집을 팔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력이 있어 한 군데 거래를 트면 오래 인연이 이어진다"고 하네요.

이어 "오래 거래를 한 만큼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혼처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도 자주 한다"며 "얼마 전엔 메이저 5대 의대를 졸업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장남과 서울대 법대와 로스쿨을 졸업해 로펌에 취직한 아들의 중매를 봐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귀띔했습니다.

서초구 서초동 일원 고급 주택과 빌라를 10년 넘게 중개한 B부동산 대표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대표 C씨는 "장기간 거래해 친해진 집주인들의 경우 당연히 등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실제 얼마나 자금 융통이 가능한지,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중개인들이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중개업소들 사이에서 부동산 광고판에 '결혼 상담'이나 '중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게시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매를 요구하는 집주인들의 만족도도 결혼정보회사보다 높다고 합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매칭을 위해 직업과 재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보지만, 오랜 기간 '집'을 매개체로 자주 소통하며 지내온 중개인들보다 실효성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만남 횟수도 제한적입니다. 또한, 인연을 이어온 중개사가 집주인과 거래를 단절하겠다는 악의를 가지지 않는 이상 중매를 비교적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손꼽았습니다.

곧 불혹을 앞둔 외아들이 있는 60대 D씨는 강남 집을 전세 내놓으며 부동산에 고민을 토로한 것이 중매까지 이어졌다고 하네요. D씨는 "바깥양반이 정부 부처에서 2차관까지 지냈고, 재작년 공직에서 물러나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실거주하던 강남 아파트를 전세줬다"며 "하나 있는 아들만 장가보내면 되는데, 결혼정보회사에까지 등록해도 별다른 소식이 없어 걱정하던 찰나 친분이 있는 부동산 사장님이 중개를 자처했다"고 전했습니다.

처음엔 강하게 거절하던 아들이 '결혼정보회사와 다를 게 없다', '소개팅으로 생각하라'는 부모님의 설득에 넘어갔다는데요. 첫 만남 이후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는 희소식도 덧붙였습니다.

아파트나 빌라, 전원주택, 원·투룸, 상가 등 부동산의 거래와 계약을 돕고 지원하는 줄만 알았던 중개업소에 대해 다소 딱딱하고 사무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특히 신랑과 신부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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