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완화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미묘한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이 연내 공매도를 완화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공매도 완화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31일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매는 언젠가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문제는 시기와 방법의 문제"라며 "불확실성이 많아 지금 시점에서 언제 완화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예정과 다르게 이복현 금감원장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관련 조치가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지, 그런 절차 없이 책상에 앉아서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공매도 정상화는 맞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되도록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위원회 소관 업무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이 선을 넘는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내려가면 나중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이다. 정부는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2021년 5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350종목을 대상으로만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했다. 여전히 2천200개가 넘는 코스피·코스닥 시장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막혀있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선을 그으면서 공매도 완화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비이자 수익 증대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에 나가보면 금융서비스를 조금만 이용해도 수수료가 굉장히 비싼데, 우리나라 은행은 수수료를 받지 않아 현실적으로 비이자 수익의 제약이 있다"면서 "디지털 세상에 맞게 규제도 바뀌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시스템 하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금산분리도 손을 보겠다"면서 "기본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건전한 내부통제제도와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데 힘써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은행 사태는 건실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능력에 대한 고객의 신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며 "정부는 최고 경영책임자(CEO)의 책임하에 각 관리책임이 있는 임원을 명확히 함으로써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경영진이 객관적·합리적 관리 노력을 했다면 불가피한 사고 발생 시 과도한 제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대량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 재현을 우려하며 5천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던 이슈"라며 "5천만원은 1995년도에 도입됐는데, 현재는 국민소득도 늘고 물가도 오른 만큼 더 늘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얘기는 당연히 있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LTV를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면, 15억 이상의 아파트는 대출이 안 되는데 이런 경우는 조금 문제가 있다"면서 "돈이 있는 사람도 돈을 쓰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과 부동산 전반의 흐름을 보고 어떻게 할지 논의하겠다"면서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의 경우 가계부채가 많은 만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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