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일본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옵니다. 거리에 외국인들이 북적이는 걸 보면 이제 정말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걸 실감하게 되네요."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방문객이 줄어 상권에 타격을 입었던 명동 거리에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달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의무가 해제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위드코로나로 인해 명동에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늘지 않아 상인들의 걱정이 남아 있었다.
21일 저녁 찾은 명동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보여 '여기 한국 맞나'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외국인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먹고, 쇼핑을 하는 등 즐거운 모습이었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A씨는 "1월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엔 부쩍 중국어가 많이 들린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도 인기였다. 단일 브랜드 매장보다는 여러 브랜드 제품이 모여있는 올리브영에 특히 사람이 몰렸다. 외국인들은 제품명을 살펴 보며 바구니에 물건을 차곡차곡 담았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명동이 한국의 필수 방문지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올리브영에 꼭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어서 편하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올리브영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명동 내 5개 매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9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명동 상권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73%로 여섯 배 가까이 뛰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 상권에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돌아오면서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우수한 품질의 K뷰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려는 수요도 특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명동 상권이 활기를 되찾자 코로나19 시기 명동을 떠났던 브랜드들도 다시 발을 들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 1월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로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을 오픈했다. 지난해 12월 신발 편집숍인 ABC마트와 슈마커플러스,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 등도 잇따라 명동에 새 매장을 열었다.
다이소도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 들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줄이 길게 형성돼 있었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코로나19로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자 지난해 3월 운영을 중단했는데 이달 초 12개 층 매장을 1년 만에 재오픈했다.
다이소에 따르면 명동역점에서 인기가 높은 카테고리는 식품, 인형 등 캐릭터 상품, 화장품 등이다. 다이소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층별 상품 배치를 결정했다. 식품군에서도 한국 김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을 반영해 명동역점에는 김 전용 매대를 따로 마련했다. 외국인 방문객이 늘자 다이소는 층별 안내 자료, 계산대, 음원방송, 매장 사인물 등도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제작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명동 상권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021년 12월 4만7천379명에서 지난해 12월 7만6천696명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이전(2018년 12월 7만240명)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는 이보다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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