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X그룹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부사장이 '초고속 승진'과 함께 그룹 내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배당을 통한 승계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 일가는 LX홀딩스가 사명 변경 후 최근 실시한 첫 배당에서 100억원가량을 챙겼다.
LX홀딩스는 지난달 6일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21년 5월 LG에서 홀로서기를 한 후 첫 배당(보통주 310원, 우선주 320원)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과 구 부사장은 각각 48억원, 28억원씩 배당금을 수령했다. 구연제 씨는 2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 받았다.
재계에선 구 부사장이 이번에 받은 배당금을 활용해 지분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1987년생인 구 부사장은 LG전자에서 근무하다 2021년 5월 LX홀딩스에 상무로 입사한 뒤 이듬해 3월 전무, 12월 부사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또 그룹 내 경영컨설팅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 연말 LX홀딩스 산하에 신설된 LX MDI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구 부사장은 LX MDI를 통해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구 부사장은 2021년 12월 구 회장으로부터 주식 850만 주를 증여 받아 지분율이 기존 0.59%에서 11.53%로 확대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해 9~10월 두 달 동안 총 16차례에 걸쳐 주식을 집중 매입했고 올해 1월 5일에도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11.92%까지 끌어올렸다.
일각에선 구 부사장의 지분 매입의 재원은 과거 지흥을 매각한 대금일 것으로 봤다. 구 대표는 개인회사였던 전자부품 회사 지흥의 본인 소유 지분 전량을 지난 2018년 12월 13일 IBK에스세미콘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에 153억900만원에 매각했다.
이듬해 구 회장은 LG 지분을 3천2억원에 매각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 2천465만4천144주를 1주당 1만2천180원에 매입해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 회장은 LX홀딩스 최대주주가 된 직후인 그 해 12월 24일 장남인 구 부사장과 장녀인 구연제 씨에게 각각 850만 주, 650만 주의 LX홀딩스 지분을 증여했다. 지분가치는 각각 854억원, 653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른 증여세는 세율 50%를 적용하면 각각 427억원, 326억원이 된다.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구 부사장과 구연제 씨는 지난해 3월 강남세무서와 삼성세무서에 지분 719만6천 주, 442만1천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사장은 LX홀딩스에서 받은 배당금 29억원을 실탄 삼아 향후 주식을 더 살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배당금을 활용해 승계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오너일가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희생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일부 계열사에선 성과급 삭감률과 배당금 감소율을 두고 마땅치 않아 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앞서 LX그룹은 지난달 초 계열사별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규모를 통보했는데 LX인터내셔널이 800%, LX판토스와 세미콘은 각각 400%, 300%였다. LX하우시스는 0%에 그쳤다.
특히 LX홀딩스가 각 계열사별로 배당금을 가져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 기업 직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LX홀딩스는 지난해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등 계열사로부터 배당금 총 1천29억원을 수령했다. 이 일로 LX세미콘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었음에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6%, 2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1주당 배당금도 전년(5천400원)보다 약 17% 줄어든 4천500원, 직원들의 상여금은 전년 900%에 비해 600%포인트 감소한 300%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LX세미콘 한 직원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표이사가 상여금 줄 시기가 되니 갑자기 위기 경영이라며 직원들에게 메일을 돌렸다"며 "대표이사는 작년 상반기에만 전년보다 연봉 2배 보수를 받았고, 위기 경영이라며 배당금에만 730억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LX 측이 승계 실탄을 위해 무리하게 자회사 배당금을 거둬들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며 "LX그룹이 구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정지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잡음이 흘러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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