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거대양당이 잠식한 한국 정치권에서 '제3지대'라는 험로 개척에 나선 만큼 부침도 많았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역사적인 '38석 돌풍'을 일으켰지만, 21대 총선에선 비례 3석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과의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조는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안 후보에게는 3석 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활로이기도 했다.
지난해 3·9 대선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낙점돼 새 정부 5년 밑그림을 그렸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이어 6·1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되면서 3선 고지에도 올랐다. 어느덧 정치 경력 12년째. 22대 총선에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170석 압승, '제2의 안풍(安風)'을 꿈꾼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 이야기다.
안 후보는 지난달 2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인근의 한 카페에서 가진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법안을 통과시켜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며 "그러려면 170석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위원장으로서 만든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이 통과가 안 됐다.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절반의 정권교체다. 정권교체 완성을 위해 결자해지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친윤계 지지를 등에 업은 김기현 후보와의 결선투표(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 대상 재투표)를 자신했다. 그는 "면접원 여론조사를 주로 보는데, 응답률이 15~20% 정도 나온다. 최근 한 조사에서 김기현 후보가 30%대, 제가 20%대였고 그 다음 3~4위를 합해도 저보다 낮았다. 결선투표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다른 두 후보(천하람·황교안)도, 용산도 국회도 보이고 있다. 결선투표에서는 당원들의 시각이 완전 바뀌어 안철수, 김기현만 보일 것"이라며 "당원들은 안철수, 김기현 중 누가 수도권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뽑을 것이다. 결선투표로 가면 반드시 이긴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野, 총선 전날까지 김기현 의혹 공격할 것"
안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최대 대여(對與) 공격 지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다. 시세차익 규모부터 울산 KTX 노선이 갑자기 (김 후보 땅으로) 휜 것, 이해충돌 등의 문제가 있다"며 "본인이 땅도 95% 할인해서 판다고 해놓고 얼마냐고 물으니 말 안 한다. 해명도 제대로 안 하니 의혹은 계속 증폭된다. 민주당이라면 이 정도로 안 끝난다. 총선 하루 전날까지 공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 체제에서는 공천파동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당초 한자릿수였던 김 후보의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띄우는 과정에서 특정 친윤 핵심 인사와의 연대 등 친윤계의 조직적 지원이 이뤄진 만큼 향후 지분 배분 과정에서 당내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지지율) 3% 후보가 30%까지 갔다. 김 후보가 신세 진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처음부터 연대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은 '지분을 나눠주겠다'며 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공천 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다음 총선은 필패한다. 의원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다. (대표를) 그만두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사익 추구 정치인에 분노…그래서 그만 못 둔다"
안 후보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성공한 벤처기업가·과학기술인이기도 하다. 대학생 롤모델 1위로 선정된 적도 있다. 정계 입문 전인 2011년에는 전재산 절반에 달하는 1천500억원 규모의 거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그런 안 후보에게 정치는 '봉사'라고 한다.
안 후보는 "정치한다고 돈을 버나 존경을 받나. 욕만 먹는다. 정치는 순전히 봉사로 한다. 사회로부터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무슨 욕을 들어도 떳떳하다. 정치하면서 사익을 취한 적 없고, 막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 12년차 안 후보가 내린 정치의 정의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의 틀을 만드는 것'. 안 후보는 "대한민국이라는 틀에서 태어나 학교, 회사를 다니고 복지제도 하에서 남은 여생을 보낸다. 이 틀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우선순위를 고치면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며 "그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자기 편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데만 목적을 둔 사람들 때문에 분노해서 정치를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다음은 안 후보와의 일문일답.
-안철수 지도부가 출범해야 하는 이유는.
"출마한 이유는 하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법안을 통과시켜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170석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 당이 지난 총선에서 완전 폭망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몸을 던져 기반을 만들었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해 정권교체에 기여했다. 이후 국회에 들어왔는데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제가 만든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이 통과가 안 됐더라.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개혁도 할 수 없다. 결국 절반의 정권교체다. 정권교체 완성을 위해 결자해지 한다는 생각이다."
-과학기술인 출신 당대표를 강조하고 있는데.
"세계가 그렇다. 현재 세계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 하나만 꼽으라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다. 과거 1차 냉전 떄는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제패했지만, 지금은 과학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제패한다. 옛날에는 과학기술이 먹고사는 문제 정도였는데 지금은 죽고사는 문제다. 예를 들어 대만에 TSMC 같은 기업이 없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이 보호할까 의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방어해줄 수밖에 없다. TSMC가 핵심 기반 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안보다."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판세를 어떻게 보나.
"면접원 여론조사를 주로 본다. 응답률이 15~20% 정도 나온다. 최근 한 조사에서 김기현 후보가 30%대, 제가 20%대였고 3~4위를 합해도 저보다 낮았다. 결선투표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른 두 후보도 보이고 용산도 국회도 보이고 있다. 결선투표에서는 당원들의 시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안철수, 김기현만 보일 것이다. 결선투표 시점이 되면 당원들은 안철수, 김기현 중 누가 수도권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뽑을 것이다. 결선투표로 가면 반드시 이긴다고 확신한다."
-대통령과 단일화도 했고 인수위원장도 했다. 그럼에도 '윤심'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인수위 두 달 동안 문제가 없었다. 110대 국정과제 발표할 때 아무 이견이 없었다. 발표 전에 100시간 정도 회의하며 조율하고 최종 승인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업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평생 해온 일이다. 전공이다. 그러니 벤처기업을 만든 것이다."
-당시 하루 일정을 취소한 적이 있었다. 일부 친윤 의원들은 '잠적'이라고 비판하는데.
"과장된 말이다. 단일화 정신에 따라 사람을 추천했었다. 많지 않다. 한두 명 추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나절 정도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끌면 안 되겠다 싶어 (윤석열)당선인께 '앞으로 정부 인사는 대통령께서 다 하시라'고 말씀드려 해결했다. 그래서 어떤 딜레이도 없이 국민께 약속한 날 국정과제를 발표할 수 있었다."
-TV토론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우리 당 의원은 전부 친윤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겠나. 왜 그런(윤핵관) 표현이 나왔을까 생각하면,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을 독점하려고 했기 때문 아닐까. 다른 의원들도 자신의 재능을 정부의 발전에 공헌하고 싶은데, 그 길이 차단된 것이다. 그에 따른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결하겠나.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이준석 대표 때 용산과 관계가 껄끄러우니 다른 일이 잘 안 됐다. 당직을 골고루 배분하고 적절하게 인사하며 풀 것이다. 평생 한 일이 조직 관리다. 저보다 더 적격자는 없다."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는데.
"민주당을 너무 잘 안다. 울산 땅 의혹이 투기냐, 투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다. 시세차익 규모부터 울산 KTX 노선이 갑자기 (김 후보 땅으로) 휜 것, 이해충돌 등의 문제가 있다.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본인이 땅도 95% 할인해서 판다고 해놓고 (다른 후보가) 얼마냐고 물으니 말 안 한다. 제일 기본적인 해명도 제대로 안 하니 의혹은 계속 증폭된다. 민주당이라면 이 정도로 안 끝난다. 총선 하루 전날까지 공격할 것이다. 이걸로 끊임없이 공격 당하면 당이 질 수밖에 없다."
-당대표로서 부족하다고 보나.
"(지지율) 3% 후보가 30%까지 갔다. 김 후보가 신세 진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처음부터 연대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것은 '지분을 나눠주겠다'며 하는 게 대부분이다. 결국 공천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공천파동이 일어나면 다음 총선은 필패한다. 의원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다. (대표를) 그만두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김 후보와 대구에 동행했는데.
"왜 왔을까 싶다. 이번에 당대표를 뽑는 이유는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기 위한 것이다. 연대하는 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 김 후보는 경선 승리에만 관심이 있으니 연대 이야기만 한다. 어차피 총선은 다 같이 원팀으로 싸운다. 지금 연대가 왜 필요한가. 총선 승리와 아무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는 총선 승리에만 관심이 있고, 김 후보는 경선 승리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를 다음 총선에서 험지에 보내야 한다는 천하람 후보의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것도 사천(私薦)이다. 특정 인사에게 공천을 준다는 것도 사천이지만 특정한 누구에게 공천을 안 준다, 험지를 보낸다는 것도 사천이다.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그 안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 당원들의 의견을 포함시키고, 특정한 개인이 조작하는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시스템 공천의 기본이다."
-총선 승리 이후 당대표직 사퇴를 약속했다. 대선 출마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대선 경험이 없으니 정치인조차 그런 코멘트를 한다. 그런 분들은 당대표가 공천을 해주면 당대표의 계파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공천을 줘도 계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천 받은 사람들이 잘해서 되는 것이다. 계파는 총선이 끝나고 당대표가 권한을 이용해 그 사람들에게 특정한 자리를 주고 줄세우면서 형성된다. 내 머릿속에는 총선 승리밖에 없다. 총선 승리 이후 대선 준비를 할 시기가 다가올 때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은 개인적인 대선 목표 때문이 아니다.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만든 국정과제를 제대로 통과시키고 싶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나왔다."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성공적인 기업인이었고 청년들에게 존경받는 멘토이기도 했다. 정계 입문하고 상반된 평가를 받는데 아쉬운 부분은 없나.
"신경쓰지 않는다. 정치한다고 돈을 버나 존경을 받나. 욕만 먹는다. 정치는 순전히 봉사로 하는 것이다. 사회로부터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서다. IT프로그램과 벤처기업으로도, 의사와 교수로서도 성공했다. 정치에서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래 최대로 큰 교섭단체를 만들었다. 정치학 역사에 남는다. 무슨 욕을 들어도 떳떳하다. 정치하면서 사익을 취한 적 없고, 막말한 적도 없고, 성희롱한 적도 없다. 무슨 문제가 있나."
-정치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선거 때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상대방의 이미지 왜곡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3당을 하다 보니 더 힘들었다. 양쪽에서 막 공격한다. 이번에 당원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의 당원들이 저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하도 많이 왜곡해서 신경질적이고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말도 잘한다고들 한다. 아니 서울대 교수가 말을 잘 못하겠나.(웃음)"
-정치인 안철수의 목표는.
"정치란 무엇인가. 교과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교과서에는 정치를 '권위에 의한 자원 배분'이라고 설명한다. 10년 동안 정치하면서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의 틀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라는 틀에서 태어나 학교, 회사를 다니고 복지제도 하에서 남은 여생을 보낸다. 이 틀을 제대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우선순위를 고치면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자기 편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데만 목적을 둔 사람들 때문에 분노해서 정치를 그만두지 못하겠다."
-그 분노 지점이 해결될 수 있을까.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100% 완벽한 게 어디 있겠냐만, 좋은 모델을 봤다. 에스토니아가 블록체인으로 전자 정부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든 항목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누구도 다른 짓을 할 수 없다. 수십 개 나라에서 보러 왔는데 어느 나라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 인구가 130만여명이다. 지금 대한민국 IT 시스템으로 서울 1천만명에게 도입할 수 있다면 그것을 조금씩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구=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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