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포퓰리즘…금융위도 "주요국 대비 과점 강도 낮다"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들의 이자 이익에 관한 비판 목소리 커지며 여·수신 과점 체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은행의 과점 논란의 오해와 진실, 금융권의 시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은행의 과점 논란이 불거진 건 소위 '돈 잔치' 이후다. 지난해 은행들은 이자 이익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본급의 300%를 넘는 성과급과 억대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은행의 공공 역할을 이유로 작심 비판하면서 과점 논란이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총자산 기준 점유율은 62.2%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여신 점유율은 62.8%, 수신 점유율은 73.2%에 달한다. 높은 점유율을 이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쉬운 돈벌이를 했다고 비판한다.
사실 은행의 과점 점유율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5대 은행의 총자산 기준 점유율은 2017년 63.2%, 2019년 63.8%에 이르는 등 줄곧 60%를 웃돌았다. 또 5대 은행의 과점 또는 대형화는 정부 주도하에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 국내 시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IMF) 직전엔 26개였다.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매각 정리와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은 지방은행을 합쳐서 12개다.
정부가 과점 체제에 개입하는 근거는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을 구제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목숨을 유지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IMF 이후 금융회사, 기업 등의 재기를 위해 투입한 자금 규모는 168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절반가량인 86조9천억원이 은행의 회생을 위해 투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1.2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적자금이 상환됐다. 이조차도 매각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분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시점에 은행의 과점 체제가 다시 불편해진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후유증과 고금리로 서민 경제가 팍팍해지면서다. 서민들은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데 은행은 이자 이익에 기대 돈 잔치를 벌이며 서민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조8천482억원으로 전년보다 17.2% 증가했다. 대출자산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5대 은행은 실제 고금리 횡재에 힘입어 39조4천612억원의 이자 이익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시중은행이 과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특별히 과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행업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국내 전체 은행은 23위, 시중은행은 18위로 중하위권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률도 미국 은행보다 낮다. 지난해 말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KB금융 1.99% ▲신한금융 1.98% ▲하나금융 1.96% ▲우리금융 1.92%다. 반면 미국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NIM은 각각 2.3%, 2.7%를 기록했다. 대략 미국 은행들의 70% 수준을 넘지 않는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80%인데 반해 국내 은행지주를 보면 가장 높은 신한금융지주가 0.70%에 그친다.
금융위원회도 국내 은행의 과점 강도가 높지 않다고 인정했다. 금융위는 3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 발표에서 "주요 연구에선 오히려 국내 은행산업은 주요국 대비 과점 강도가 낮다는 결과가 있었고, 오히려 경쟁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금융위에서도 신규 플레이어를 늘리면 오히려 은행 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윤 정부와 감독 당국의 입장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IMF 당시 은행이 많았는데 절반 가까이 정부 주도하에 없어졌다"며 "은행이 불법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는 건 결국 표를 얻기 위한 표퓰리즘이 아니면 뭐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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