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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0년(1)] "장보러 어디 가세요" 소비 트렌드 확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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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위해 대형마트 규제 필"는 옛말…지금은 급성장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쟁하는 시대

[편집자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최근 3만5천달러까지 오르면서 국민의 생활모습은 크게 변했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고 세대가 바뀐 데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품질 신뢰도가 높은 대형마트로 소비자들은 몰려가고 있다. 국내에 대형마트가 처음 들어서고 난 후 어느덧 30년을 맞은 지금의 소비 양태다.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온 대형마트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1993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마트 창동점의 현재 모습. 일렉트로마트와 자체 브랜드 '자주' 코너, 스타벅스 커피숍 등이 최근 2~3년 사이 입점하며 초기와는 크게 달라졌다.
1993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마트 창동점의 현재 모습. 일렉트로마트와 자체 브랜드 '자주' 코너, 스타벅스 커피숍 등이 최근 2~3년 사이 입점하며 초기와는 크게 달라졌다.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여기로 장보러 다닌 지 20년 됐네요. 주변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기는 내부 매대가 조금 바뀐 것 외에는 한결 같아서 마음이 편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에서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지요. 정이 많이 들어서 앞으로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마트 창동점을 오랫동안 이용해 왔다는 50대 소비자의 얘기에서는 대형마트가 얼마나 우리네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대형마트가 대한민국에 등장한 지 올해로 30년째를 맞아 시민들 마음 속에 각인돼 있는 현주소다. 1993년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동안 전국 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들은 우리 삶과 생활습관을 크게 변화시켰다.

◆ ‘매일’ 보던 장…대형마트 등장으로 일주일에 ‘한 번’으로

대형마트는 우리 삶을 180도 변화시켰다. 대형마트가 생활 근거지 인근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이후 다수의 국민들은 일주일치 먹거리를 한 번에 구입해 보관하기 시작했다. 장보기 습관이 변화하자 집안 냉장고 용량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대형마트 이용이 늘어날수록 가정용 냉장고 대형화 추세는 더욱 분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국민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재래시장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 모인 여러 점포 중 경쟁에서 도태한 점포만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래시장에는 대형마트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앗간이나 고기를 직접 손질해 판매하는 정육점, 시장 특유의 음식을 파는 분식집과 식당 등이 여전히 많고, 활기가 넘치기도 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백종원의 예산시장’ 사례는 재래시장의 대척점에 대형마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웅변해준다. 예산시장은 주말이면 하루 1만 여명이 찾는 인기 관광지가 됐고, 너무 많이 몰리는 탓에 잠시 휴무에 들어간 점포들이 생겼을 정도다. 이 케이스를 보면 시장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만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지, 대형마트를 규제해서 만들어지는 일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실상을 정확하게 들여다 보지 못한 채 대형마트 규제로 전통시장 활성화가 가능해진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점 거리 규제와 함께 강제적인 ‘의무휴업일’이라는 영업시간 규제까지 도입했고, 한시적 일몰규제를 10년 넘게 유예시키며 강제 시행하고 있다.

10여 년 전 등장한 이 제도 탓에 대형마트는 월 2회,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반드시 문을 닫아야 한다. 물론 대형마트 안에 자리잡은 개인 점포들도 함께 영업을 하지 못한다.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규제인데, 지금까지도 그 효과는 확실하게 입증되지 못한 채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지자체가 나서 변형된 영업시간 제한 제도를 적용 중이지만 근본적 처방은 아니다. 최근 대구시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이유로 의무휴업일을 주중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의 호응을 다소 얻는 편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강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유기업원의 ‘대형마트 규제 10년의 그림자와 향후 개선과제’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도입 후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2013년 19.9조원에서 2020년 25.1조원으로 점차 증가하다 최근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체 전통시장 점포수는 2013년 21만개에서 2020년 20.7만개로 줄었고, 평균고용인원(종사자수)는 1.6명대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자유기업원은 “전통시장 지원 정책 및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규제에 따라 (전통시장이) 회복되는 것 같아도 자체경쟁력 부재로 시장 전체가 하락 혹은 정체 양상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재래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재래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 글로벌 대형마트도 ‘고배’ 마신 한국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많이 찾게 된 이유는 재래시장보다 상품 가격이 일부 저렴하기도 하고, 주차장,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그것이 출발점이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대형화한 매장에서 양질의 구매선을 확보해 상품을 제공하는 까닭에 품질이 보장되고 구매부터 결제, 환불까지 이뤄지는 시스템 전반의 서비스가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인 월마트와 까루프 등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결국은 모두 철수하고 말았던 사례를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국산 대형마트를 자주 찾도록 이끈 원동력은 따로 있다. 글로벌 마트업계는 그들만의 표준 방식을 활용해 국내 시장을 노렸지만 깐깐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10년만에 돌아서야 했다.

월마트코리아는 2006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매장들을 이마트로 넘겼고, 한국까르푸는 2006년 이랜드그룹이 인수 후 홈에버를 거쳐 지금의 홈플러스가 됐다.

까루프 등이 국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해외에서 해오던 영업 방식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왔기 때문이다. 한 예로 까루프는 매장 매대 높이를 한국인이 아닌 서양인의 키에 맞춰 설치하는가 하면, 육식코너는 키우고, 채소코너는 비중을 낮추는 등 현지화를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이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만 해외 대형마트 중 미국의 코스트코는 유일하게 국내 매장을 영업 중이다.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83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도 18곳 매장을 운영 중이다. 양재점의 경우 글로벌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액 1위를 기록 중일 만큼 인기다.

그렇다고 국산 대형마트가 확장일로만을 걷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마저 점포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각종 규제에 더해 인구 감소 추세마저 확연해지면서 국내 시장에만 기댈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대신 국내 기업들은 동남아와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등이 시작되면서 대형마트 전체 매출은 2015년 32조8천억원에서 2020년 33조8천억원으로 5년간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액은 2015년 54조원에서 2020년 159조원으로 약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며 이미 대형마트는 물론 오프라인 시장 전체를 뛰어넘었다. 통계청 발표자료로는 작년 온라인 커머스 시장 매출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경쟁구도는 더 이상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전통시장의 경쟁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이라며 “정부는 수혜자가 없는 대형마트 규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월마트나 까르푸처럼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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