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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뛰어든 신구(新舊) 무협 대표 작가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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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新舊) 무협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금강(본명 김환철)과 좌백(본명 장재훈).

두 사람은 무협소설의 정체성을 놓고 또렷하게 대비됐다.

80년초 창작 무협소설이 꽃피던 시절부터 1세대 대표 작가로 활동해 온 금강은 "무협소설은 무협소설다워야 한다, 모름지기 단순하고 쉬어야 한다"는 근본주의를 지향한다.

반면, 기존 무협소설의 공식을 뒤집은 '대도오'로 95년 등단한 좌백은 신무협 시대를 연 2세대 작가.

실제로 좌백은 데뷰작에서 명문있는 문파의 자제로 나락에 떨어 졌다가 무공을 완성해 정의를 실현하는 전형적인 주인공 대신, 고민하고 갈등하는 하급무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또 문장에 공을 들여 '무협작가가 문학을 하려고 한다'는 질책을 선배작가들로부터 듣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지향점이 다른 두 사람이 무협과 게임이 만나는 최전선에 나란히 서 있다.

좌백은 지난 4월 공개 시험 서비스에 들어간 인디21의 '구룡쟁패' 게임에 시나리오를 쓰고 게임 기획에 참여하는 등의 자문 이사 역할을 맡고 있다.

금강은 지난 1월 25일 공개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 엠게임의 '영웅 온라인'에 동료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 등의 자문 역할을 해왔다.

두 사람은 게임 자체를 무협세계를 구현하는 또 다른 매체로 끌어 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

"무협과 가장 친근한 매체는 게임이다. 무림의 세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금강)

"21세기 글쓰기는 원고지에 쓰는 것 이상이다. 게임으로 글을 쓴다 것, 가장 앞서가는 창작 행위가 아닐까.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면, 21세기에는 게임을 의식하면서 글을 쓴다. 톰 클랜시의 군사 스릴러 소설 '레인보우식스'가 대표적인 경우다."(좌백)

두 사람은 기존 무협게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좌백의 얘기다.

"기존 무협게임에는 무협세계를 다루면서 담지 말아야 할 것을 담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직업 시스템이다.

서양 판타지가 판치는 게임속에 등장하는 이 직업(종족) 개념이 걸러지지 않고 무협게임에 무분별하게 이식돼 있다. 서양 판타지에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종족이라는 구분이 살아 있다. 인간이 엘프가 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무협의 세계는 본인이 누구든, 뼈를 깎는 수련을 쌓다 보면, 고수도 되고, 도인도 된다. 이 차이는 사실 서양과 동양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서양적 합리주의로 보면 한 사람이 모든 걸 할 수 없고, 한 사람은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개체이고, 규칙을 따라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동양적 세계관은 다르다. 한 사람은 그 자신이 세계다. 무협의 영웅주의가 특히 그렇다. 또 다른 예로 반복적인 몬스터 사냥 노가다에 따른 레벨 업을 하는 것도 무협의 세계관에는 맞지 않는다."

금강의 얘기는 이렇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인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인물 설정, 중심 사건, 역사, 추리 등을 담기 위한 목표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진정한 무협게임 만들겠다"...좌백

좌백의 고민을 더 들어 보자.

그가 참여한 구룡쟁패는 리니지 같은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 RPG)이다. 때문에 구룡쟁패 역시 수많은 사람이 접속해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장르 속성상,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기존 무협게임이 서양 판타지를 번역하듯 직업시스템을 도입해야 했던 것도 그 같은 고민이었을 것이다. 식상해진 환타지 게임을 탈피하기 위해 무협 게임을 만들었으나, 배경만 무협세계를 채용해 '무늬만 무협게임'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좌백은 대안으로 문파 개념을 게임의 캐릭터 분류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소림, 무당, 아미...등 9대 문파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또 문파 내부의 관계는 계급이 아니 사제지간으로 바꿨다.

또 그는 기존 무협소설 중 하나를 시나리오로 쓰자는 인디21의 제안을 거절하고 게임에 맞는 시나리오를 새롭게 썼다. 그가 게임으로 무협 이야기를 쓴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있는 것도 그 같은 노력과 시도를 바탕에 두고 한 얘기다. 그의 필체는 '강호풍운론'이라고 칭하는 게인 내의 수많은 퀘스트(이야기를 따라 수행하는 임무)를 통해 녹아 있다.

그가 지난 3년간 구룡쟁패 작업에 동참하면서 혼자서 소설을 쓸때와 집단창작을 할 때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책은 쓰다가 잘못되면 혼자 책임을 지면 그만이지만, 게임은 잘못되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다는 부담감이 그의 가슴 한켠을 늘 짓누르고 있다.

그가 게임에 눈을 뜬 것은 부인 진산(필명·무협및연애작가)의 영향이 컸다. 진산은 결혼 후 어느날 '프린세스 메이커2'라는 게임에 몰두해 판을 깨는 80가지의 경우의 수를 섭렴한 후부터 게임과 살다시피하고 있다.

'울티마 여행기'라는 인기 소설을 쓰기도 했고, 최근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파묻혀 PC앞에서 두문불출하며 한달만에 최고 고수의 레벨을 찍은 뒤 부시시한 얼굴로 나타나 "이제는 인간답게 살아 보자"고 말할 정도로 게임 마니아. 진산 역시 그를 도와 구룡쟁패 기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그 역시 진산의 영향과 제안을 받아 '삼국지2'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게임 마니아가 되버렸다.

무협 작가 중 게임을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가장 먼저 시도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독특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가 선호하는 게임은 '디아볼로'. 기존 환타지 게임 중에서는 이단으로 불리는 이 게임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무협의 영웅주의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혼자서 몬스터를 쓸어 버린 후 미션을 마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구룡쟁패는 아직 완성된 게임이 아니다. 이전의 어떤 게임보다도 무협의 세계를 가장 잘 구현했다고 스스로도 자부하지만, 제한된 리소스로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아쉬운 점도 적잖게 남아 있다.

9대 문파 중 4개 문파만 구현해 서비스를 시작한 탓에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진행형'이라는 게임 특성상, 1년 후에는 완성된 그림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게임과 무협소설의 접점에 선 그는 두 세계의 화학 결합 시험을 더욱 한껏 해볼 생각이다. 또 새로운 방식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지루함을 덜어 내고 무한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게임 말이다.

사회성이 중요한 MMORPG 보다는 영웅주의를 담아 낼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나, 비디오게임이 더욱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캐주얼 게임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무술 초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퀘스트 중심의 비디오게임은 스토리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갖고 있다는 분석.

7년전부터 이 같은 생각을 키워온 그는 미국 게임사 등과 협의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생각이다. 무협세계를 서양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좌백은 데뷰작 대도오 외에도 '생사박' '야광충' '혈기린외전' 등의 인기 무협지를 출간했다.

◆"게임, 매력적인 매체"...금강

"무협세계는 게임 속에서 역동적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

금강이 게임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은 20여년전으로 돌아간다. PC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지를 비롯해 1인칭 슈팅게임 '둠' 등을 섬렵해 왔다.

그는 이미 게임을 하면서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인식해 온 것이다. 무림의 세계를 읽고 상상할 뿐 아니라, 이제는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은 그 어느 매체 보다 무협과 잘 맞는다는 생각하고 있다.

그가 영웅온라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운영을 맡고 있는 고무림판타지(www.gomufan.com)를 통해서다. 고무림판타지는 300여명의 작가가 글을 올리고 독자와 대화하는 공간이다.

한참 영웅 온라인 게임을 개발중이던 제작진에서 자문을 요청을 해왔고, 평소 게임을 즐기던 그가 응한 것이다. 금강 역시 무협소설과 문화매체 간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주저할 게 없었다.

실제로 그는 고무림판타지의 '연무지회'라는 작가모임과 공동으로 무협을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전자책, 음악 등의 매체와 결합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때문에 게임사의 요청은 그의 노력을 확장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동료 무협작가 3명과 함께 영웅 온라인에 무협 판타지로서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 단계가 아니라, 개발도중에 참여해 다소 제약이 있었겠지만, 노가다가 아니라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무협소설의 진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역사, 추리 등의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게이머가 무협게임을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캐릭터가 겪게 될 사건의 개연성을 심화시키는 작업이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영웅 온라인은 방대한 시나리오와 함께 무협게임다운 틀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강은 "주인공이 돼 다른 고수(다른 사용자)와 대련을 하고, 또 퀘스트를 완수하면서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RPG는 무협세계를 구현하는 데 적합한 매체였다"고 그간의 작업을 평가했다.

확실히 금강으로서는 이 작업이 무협과 게임의 결합에 더욱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유년시절 의료사고로 불편한 몸을 이끌게 됐지만, 단한번도 좌절한 적이 없는 그는 '소림사' '질풍노도' 등의 소설로 국내 대표 무협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현재는 북토피아와 전자책 사업도 공동으로 하고 있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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