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앞다퉈 연봉을 인상하며 개발자 영입 경쟁을 벌였던 주요 게임사들이 달라졌다.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며 영업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어서다. 게임 및 IT 업계 연봉 인상 도미노가 시작된지 불과 2년여 만의 변화인데 올해 말까지 이러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국내 게임사들의 2022년도 연간 실적발표가 속속 마무리된 가운데 공통적으로 부각된 키워드는 다름 아닌 '비용 효율화'였다. 올해 마케팅비와 더불어 개발자 채용을 줄여 영업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빅3'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는 비용효율화를 통해 올해 인력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일 "숫자로 말하면 임직원 증가 비율이 2020년은 13%, 2021년 9%, 2022년은 2% 정도로 떨어졌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적자 늪에 빠진 넷마블 역시 올해 인력 채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9일 "4분기 비용 효율화는 마케팅비, 인건비 등에서 3분기 대비 큰 증가 없는 상태에서 유지가 됐는데 올해 전반적인 기조 역시 굉장히 타이트하게 비용을 관리해나갈 예정"이라며 "4분기 수치 이상 크게 증가나 변동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K'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비용 절감에 나선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8일 "2023년은 과거보다 보수적인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건비 관점으로는 2022년과 비슷하지만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며 "크래프톤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상당한 폭으로 성장했는데 이에 대비해 훨씬 보수적으로 충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CFO도 8일 "4분기에 일부 종속회사 인건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2022년 한 해 동안 인재 채용과 비게임 외적 성장 채용으로 인건비가 증가했다"며 "올해는 신작 개발 인재 확보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채용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건비 및 제반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게임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인력 채용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에는 대폭 오른 개발자들의 '몸값'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게임사들의 이익률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큰 폭의 매출 증가 없이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게임사들의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1년초 넥슨과 넷마블을 필두로 신입 개발자 초봉 5천만원을 기본으로 제시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이 큰 폭으로 뛰었는데, 게임사들의 인건비가 대폭 오른 시점도 이때와 맞물린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2020년 7천181억원 수준이었던 연간 인건비가 2021년 8천494억원으로 18% 이상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전년과 유사한 8천474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넷마블 역시 2020년 5천313억원에서 2021년 6천388억원, 2022년에는 7천794억원을 인건비로 썼다. 2년 만에 인건비가 46% 뛰어오른 셈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매년 인건비가 증가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새로운 먹거리로 여겼던 P2E 게임 시장을 포기하면서 '취업문'을 걸어 잠근 사례도 있다. P2E 게임 개발에 배치했던 인력을 내보내는 대신 기존 개발 분야로 재배치하면서 추가 외부 인력 채용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의미다. 주요 게임사들의 4분기 적자에 영향을 미친 환율하락 등 글로벌 경제 침체 등도 이러한 기류를 부채질한 요소로 꼽히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21년만 해도 앞다퉈 개발자 연봉을 올리며 인재를 끌어왔다면 지금은 현재 인력을 놓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라며 "게임사들이 전반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통해 성장률과 이익률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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