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은 모델로 안 씁니다"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가상인간 모델의 활동 영역이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지만 철옹성처럼 진입하지 못하는 영역이 해외 명품 브랜드 광고모델이다. 명품 기업들이 대중적 인기나 친근함을 내세우기보다 희소성과 귀족성을 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직접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의 스니커즈 컬렉션 '플레인도그(#PLEINDOGG)'가 대표적이다. 미국 힙합 뮤지션 스눕독과 협업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필립 플레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HI-TOP SNEAKERS SNOOP DOG' 퍼플옐로우 모델 가격은 6천420달러(약 787만원)이며, 이보다 낮은 블랙골드 모델도 가격이 1천540달러(약 188만원)에 이른다.

MCM이 최근 MZ세대에게 친근함을 전해주기 위해 3장의 플래티넘 앨범을 보유한 캐나다의 라이징 팝스타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와 협업한 사례도 비슷한 차원이다.

샤넬의 경우 2017년부터 블랙핑크 제니, 크리스챤 디올은 2019년부터 같은 그룹의 지수, 셀린느는 2020년부터 리사를 공식 글로벌 엠버서더로 선정하고 함께 하고 있다. 샤넬은 지난달 열린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에 샤넬 뷰티 앰버서더인 배우 박서준과 함께 이재욱, 세븐틴 민규,아스트로 문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범규, (여자)아이들 미연, 아이브 가을 등 연예인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는 "명품 광고와 일반 광고와의 큰 차이점은 명품 광고는 스스로의 노출을 제한하는 것이다"며 "명품은 사회의 상위 소수집단을 규정짓는 가치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위해 노출의 제한을 두며 희소성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귀족성과 희소성을 뚜렷이 부각시키고, 희소성을 획득한 상품은 최상위 제품이라 말하고 있다"며 "명품 광고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라이프스타일을 광고 속에 등장시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좌절감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광고 속에 등장하는 명품의 소비로 그 좌절감을 자신감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전략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유명 연예인과 자신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연예인이 사용한 제품을 인지하고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명 연예인과 주변인 등은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명품 브랜드와 달리 유통업계에서는 가상인간을 내세우거나 유튜버와 협업하는 등의 마케팅 기법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팔도는 '틈새라면' 모델로 가상인간 '오로지'를 선정했다. 롯데홈쇼핑은 가상인간 '루시'를 쇼호스트로 데뷔시켰다. 유튜버와 가상인간 모델을 합친 '버츄얼 유튜버'까지 나타나고 있다. 디오비스튜디오가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버추얼 유튜버 '루이'는 한국관광공사, 파트라x생활지음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다.

티몬의 경우는 유튜버와 협업하는 케이스다. 지난해 유튜버 '정육왕', '공격수셰프'에 이어 '고기남자'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에스쁘아는 '민스코'와 제품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프리미엄 헬스케어 브랜드란 이미지를 내세운 유니덴탈은 신제품을 출시하며 모델로 유튜버 '바미'를, 농심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광고모델로 '슈기'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