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이 쏘아 올린 큰 공

｜금융감독당국의 과도한 성과급·배당 경고에도

｜상대적으로 보험·카드업에 유리했던 경영 상황 반영된 듯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보험·카드사 등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임직원들에게 최대 5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줬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 일부 증권사에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뒤에 벌인 성과급 잔치라 눈길을 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인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생명은 연봉의 23%, 삼성카드는 연봉의 50% 수준이었다.

삼성의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 밀려 "삼성엔 전자(前子)와 후자(後子)만 있을 뿐이다"며 설움(?)을 달랬다. 그랬던 것이 세계적으로 금융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락한 반면 금융 계열사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성과급 배정의 판도가 바뀐 것으로 풀이한다.

보험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이 지난달 31일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줬다.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현대해상은 성과급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적이 좋아 연봉의 30% 내외 수준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40% 내외로 성과급을 책정할 예정이다.

대형 보험사의 차장급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고 보면, 성과급으로 최대 5천만원을 받는 직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카드사도 삼성카드를 비롯해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이 지난해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과급은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경영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생·손보사들은 총 8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다. 카드사도 사상 최대인 3조원의 순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2조9천437억원으로 이 기간에 교보생명 3천947억원, 신한라이프 3천679억원, 삼성생명이 2천10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전체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4조8천174억원으로 삼성화재가 1조325억원, DB손해보험이 8천170억원, 메리츠화재가 7천209억원의 순이익을 챙겼다.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카드사의 당기 순이익은 2조2천787억원이었다. 업체별로 신한카드 5천633억원, 삼성카드 4천543억원, 국민카드 3천417억원, 롯데카드 2천586억원, 현대카드 2천101억원 순이었다.

은행 못지않게 보험사와 카드사들이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과 유동성 문제가 있는 증권사를 겨냥해 과도한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대해 신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도 자금 경색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금융사들은 손실 흡수 능력 등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금융소비자를 고려한 뒤 성과급을 책정하는 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