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스(이하 오라메드)가 경구용 인슐린 치료제 ‘ORMD-0801’의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국내 상장사인 메디콕스와 삼천당제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오라메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2형 당뇨병(T2D) 환자를 대상으로 한 ORMD-0801의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였던 혈당 조절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복 혈장 포도당 개선이란 2차 평가변수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라메드 측은 임상 3상 연구 전체 데이터를 확인한 이후 향후 계획을 진행키로 했다.
◆ 국내 독점유통 기대했던 메디콕스는 ‘난감’
이 같은 임상 결과가 전해지면서 오라메드와 ORMD-0801의 국내 독점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한 메디콕스는 다소 당황스런 상황에 직면했다. 메디콕스의 전체 자금 조달 계획과 향후 경영상황도 급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메디콕스는 지난해말 오라메드의 경구용 인슐린 치료제의 국내 도입 계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사실을 밝혔다.
메디콕스는 신주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티에스아이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납입일은 2월 20일)를 실시했다.
또한 메디콕스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225억원 규모의 19회차 전환사채 발행했다. 납입일은 지난해 12월 29일로 자금 집행이 완료됐다. 나우인베스트먼트와 엘바이오생산활성화에쿼티1호는 각각 75억원 규모의 20회차, 100억원 규모의 21회차 메디콕스 전환사채를 받아갔다. 두 회차의 납입일은 각각 오는 2월 28일과 3월 28일이다.
하지만 오라메드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발표했던 10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은 지난 11일 철회됐다. 또한 다가올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제 납입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19차 전환사채는 이미 납입일이 지나 회사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20회차와 21회차의 납입일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만큼 경영 상황에 따라 납입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투자 유치건과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메디콕스 관계자는 “10억 유증 철회 외에 다른 투자 건 철회 내용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총 400억원에 달하는 유치 자금의 사용 목적은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의 국내 임상 비용과 라이선스 지급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의료용 대마오일 칸나비디올(CBD) 관련 합성 첨단 신약 개발과 CBD 오일 수입을 위한 투자 ▲기존 부채 차환 등이다.
하지만 오라메드의 임상 3상 실패로 경구용 인슐린 관련 투자 건은 사실상 중지 상태에 놓였으며 투자자들이 CBD 오일 투자에만 동의할 지는 다시 정리가 필요한 모양새다.
내부에선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공식적인 계약 체결은 아니지만 메디콕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스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경구용 GLP-1(Glucagon-like peptide-1) 캡슐(ORMD-0901)의 상용화와 발전방안을 향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협상권을 확보한 오라메드의 단백질 경구용 전달 기술(Protein Oral Delivery) 기반 신약 개발에 대한 논의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작년말 메디콕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이 같은 변경 계획에도 실제 투자금 납입을 할지 주목된다.
◆ 경쟁 약품 개발 중인 삼천당제약, 반사이익 기대
한편 경구용 인슐린 치료제 분야에서 오라메드와 국내 경쟁 업체로 꼽히는 삼천당제약은 반사이익 기대감을 받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S-PASS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구용 인슐린 'SCD-0503'의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임상시험승인계획(IND) 준비 단계다. 임상 1상 신청은 작년 말을 목표로 했으나 중국 파트너사인 통화동보제약의 임상용 인슐린 원료 공급 일정 지연 등을 이유로 올해 2월로 미뤄졌다.
이번 임상 심사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이번 선행연구 데이터 제출을 통해 임상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선행 연구로 주요 국가 식약처와 임상시험기간, 조건 간소화 협의가 가능해진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파트너사들의 요청에 의해 글로벌 임상, 등록, 상업화에 관한 최종 검증 목적으로 선행연구를 진행했다.
다만 중국 파트너사인 통화동보제약 이외에 아직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구체적인 계약 여부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실제 수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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