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초 기본급의 1천%를 성과급으로 받았던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급인 PI(생산성 격려금)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적자 전망치는 8천61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4조2천195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조3천199억원에서 1조4천541억원의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 실적을 두고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 1조3천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 외 비용으로 키옥시아 지분 투자 손실 1조원이 반영된 것도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가 1조1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봤다. 올해 메모리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까지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 적게는 4천억원, 많게는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며 "재고 평가손실 등을 감안하면 전분기에 이어 전사 실적 감소폭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전망이 현실화 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3분기 1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4분기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가 3분기 영업이익보다 크다면 '사상 처음 반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작년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0.3% 급감한 1조6천556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의 부진은 글로벌 경기 한파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가 주효했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PC용 메모리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22.46% 하락했다. 올해도 10~15% 하락률을 보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고객사들이 긴축 경영에 들어가고,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고객사의 주문량이 급감하고 메모리 반도체 재고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4조3천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이래 가장 적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1조5천억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봤다. 이는 전년 동기(8조8천억원) 대비 83% 급감한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도 작년 9월부터 11월 사이 영업손실이 2억900만 달러(약 2천60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이른다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타격이 더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실적 전망 탓에 SK하이닉스 임직원 사이에선 이번에 PI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PI는 SK하이닉스가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 목표 생산량을 달성할 경우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한 차례 지급되지 않은 2013년을 제외하고 작년 상반기를 포함해 201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PI가 지급됐다.
SK하이닉스는 예년과 달리 PI 지급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흑자만 기록했던 탓에 PI 규모를 미리 산정해 일찌감치 1월 초에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일주일 뒤 지급했으나, 이번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PI 지급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사내 공지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로 집계될 경우 PI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매년 1월 말~2월 초쯤 지급했던 초과이익분배금(PS)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달 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는 기준급(연봉의 20분의 1) 700%가 지급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봉의 35% 수준으로, 작년 초에 기준급 1천%(연봉의 50%)가 지급된 것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다. 다만 곽 사장이 밝힌 700%도 작년 3분기 실적 기준인 만큼, 4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이 향후 받을 성과급은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혹한기'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SK하이닉스가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1조8천730억원, 2분기에 1조7천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2조6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의 출하량은 수요 비수기 영향 탓에 전분기보다 3% 감소하고 가격은 전분기보다 17%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낸드플래시는 신제품 출시 효과로 전분기보다 2% 출하량이 늘겠지만 가격은 12% 하락하며 적자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695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80억원 적자, BNK투자증권은 무려 2천9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지난 2009년 1분기(6천700억원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업계 내 최고 원가 경쟁력에도 지난해 4분기 낸드 플래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DS부문 적자, 2분기 D램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올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목표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잡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25조4천509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처럼 감산에 동참해야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은 지난해 4분기에 공급 축소에 나섰으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도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상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현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침체기)은 더 늘어지고 그나마 올해 하반기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다운사이클을 견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수요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고객사들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급의 긴장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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